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 검증팀이 신설됐다. 중대한 사업인 만큼 예산과 프로세스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신속한 구축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한 당초 취지와 거리가 멀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예산문제로 재난망 구축 사업이 표류한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국민안전처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안전처 내부에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검증팀’이 신설돼 시범사업 검증을 시작했다. 현직 검사를 팀장으로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민안전처, 감사원 인력이 팀을 꾸렸다.
검증팀은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본사업까지 운영되며 사업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검증한다. 예산을 비롯해 기술, 절차 적정성을 평가한다. 업계는 특정기업 독점이나 사업 비리 등 감찰 성격도 있다고 본다.
검증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조직됐다. 대형 국책사업 검증을 강화해 사후 문제발생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자는 게 근본적 취지다. 일각에서는 혈세낭비 논란 등 잡음이 일자 내려진 조치로 풀이했다.
사업 주무부처인 안전처는 검증팀 신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 리스크관리팀처럼 사업이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군이 생겼다는 분위기다. 검증이 강화되면 사업 기반이 더 튼실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심진홍 안전처 재난정보통신과장은 “사업 전반적 내용과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살피는 게 검증팀의 일”이라며 “시작부터 철저한 검증으로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나가면 사업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은 분분하다. 문제 요소를 차단하고 성공 키포인트를 같이 모색할 수 있다면 검증팀 운영이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다. 사업을 투명화해 독점 요소를 제거하고 모든 업체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에 지나친 검증은 전반적 사업 지연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초 올해 초 발주 예정이었던 재난망 사업은 국회, 기재부 등 외부 기관이 간여하면서 몇 차례 연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총사업비 재검토 이후 이달 중순 사전규격 공고가 예상됐지만 다시 검증팀이 사업을 검증하고 있다. 이달 내 제안요청서(RFP) 공지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신속한 재난망 구축을 약속했다. 국민 생명이 경제성보다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했다. 대통령 지시와 정면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선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진행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을 찾아 본사업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성공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