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선으로 기가인터넷’ 시대 열린다···기가코리아 확산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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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전화선을 이용해 기가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세계 기술 표준이 마련돼 기술 개발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체 인터넷 가입자 9%를 차지하는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 서비스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기가코리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천억원 규모 통신장비와 서비스 시장 형성, 수출 등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23일 열린 표준총회에서 ‘기가인터넷 제공을 위한 ITU-T 권고 G.996X 기반 동선 전송기술’ 표준을 채택했다. ‘기가와이어 전송기술’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전화선을 이용한 VDSL을 대체해 기가급(600Mbps 이상)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기가인터넷은 1Gbps와 500Mbps 두 가지 상품으로 서비스 중이다.

기가와이어 구성도
기가와이어 구성도

KT와 통신장비 업체인 유비쿼스는 KT 130만 VDSL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자 ITU 표준 기반 기가와이어 전송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화선으로도 기가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는 고성능 가입자망 특화 기술과 장비(GAM, GNT)가 핵심이다.

GAM은 아파트와 같이 대량 전화선이 인접한 환경에서 혼선을 완화하고 가입자망 장비와 연계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고 GNT는 가정에 설치하는 모뎀이다. 기존 VDSL 장비(DSLAM, 모뎀)를 기기와이어 장비(GAM, GNT)로 교체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VDSL 가입자는 173만명(전체 인터넷 가입자 9%)에 이른다. VDSL 속도는 최고 200Mbps(상하향 합)로 댁내광가입자망(FTTH)이나 광랜보다 느리다. IPTV 같은 고품질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기가와이어는 상하향 합 600Mbps 이상 속도를 지원한다. 고품질 기가급 서비스와 초고화질(UHD) TV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KT는 1년여 연구 끝에 개발, 지난해 하반기 상용화에 성공했다. 정부 잠정 승인을 받아 지난 3월부터 상용망에 적용했다. 여러 사정으로 기가인터넷 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이나 건물에도 기가급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KT는 광랜 전환 대비 30% 이상 설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표준 채택으로 다른 기업에 해당 기술을 확산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통신사업자와 관련 장비업계도 개발에 착수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장비 시험평가를 시작했다. 일부 케이블 업계도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기존 VDSL 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 4000억원 규모 신규 통신장비 시장, 660억원 규모 서비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표준에 기반을 두고 개발한 기술이기 때문에 해외 수출에도 문제가 없다. 세계 4억 가입자가 쓰는 ADSL, VDSL 시장을 대상으로 국내 기술과 장비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 기가코리아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현재 45% 안팎인 기가인터넷 커버리지를 2017년까지 90%로 높인다는 계획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커버리지는 사용자가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요청했을 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VDSL은 기가코리아 걸림돌이었다.

정인택 KT 연구원은 “오래된 아파트나 미관상 원하지 않는 곳은 전화선을 광랜으로 교체하기가 어렵다”며 “전화선을 그대로 쓰면서 기가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게 돼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지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VDSL과 기가와이어 비교

자료:TTA

‘전화선으로 기가인터넷’ 시대 열린다···기가코리아 확산 탄력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