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6·갤럭시S6 엣지 펌웨어 업데이트가 지난 16일부터 이뤄지면서 세계 최초로 ‘무선 1기가비트(Gbps)’ 시대가 열렸다. KT가 ‘기가LTE’ 브랜드로, SK텔레콤은 ‘밴드 LTE와이파이’ 브랜드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LG유플러스는 30일 ‘기가 멀티패스’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동통신 3사 서비스에는 롱텀 에벌루션(LTE)과 와이파이를 묶어 이론적 최고속도 1.17Gbps(3밴드CA 300Mbps+기가와이파이 867Mbps) 를 낼 수 있는 ‘멀티패스’란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 18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5세대(G) 이동통신 명칭을 ‘IMT-2020’으로 정하면서 표준 성능을 20Gbps로 정한 만큼, 이론적이긴 하지만 ‘1Gbps’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것은 5G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를 처음으로 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실제 속도가 1Gbps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겠느냐는 반응이 적지않다. 지난 26일 서울 주요 지점에서 KT 기가LTE를 사용했다.
◇압도적 업로드 속도 인상적
광화문 올레스퀘어와 스타벅스 광화문점, 대학로 동성중고교 버스정류장, 코엑스몰 입구 네 곳에서 갤럭시S6 엣지로 기가LTE 속도를 측정했다. 네 곳 모두 KT 기가와이파이 접속포인트(AP) 부근에서 속도를 측정했다. 비교 대상은 LTE 주파수 3개를 묶는 3밴드CA를 선택했다. 현재 3밴드CA 이론적 최고속도는 300Mbps다. 속도 측정에는 일반 속도측정 애플리케이션이 고속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KT 측 요청에 따라 KT융합기술원이 개발한 속도측정 앱(기가퍼프)을 사용했다.
측정 결과, 기가LTE가 3밴드CA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내려받기 속도를 보였다. 올레스퀘어에서는 기가LTE(평균속도 기준) 544Mbps, 3밴드CA 198Mbps가 나왔다. 기가LTE 속도가 2.7배 빨랐다. 기가LTE 최고 속도는 678.8Mbps로, 이론적 최고속도의 58% 정도였다.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선 기가LTE 평균속도가 393Mbps를, 3밴드CA는 159Mbps를 기록했다. 올레스퀘어보단 속도가 떨어졌다.
박재상 KT 무선액세스망기술지원담당 과장은 “기가LTE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 와이파이 주파수 간 간섭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속도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카페는 이용자가 많아 속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로 동성중고교 버스정류장은 기가LTE 302Mbps, 3밴드CA 120Mbps로 나타났다. 코엑스몰 입구에선 기가LTE 378Mbps, 3밴드CA 180Mbps가 나왔다. 네 곳 모두 기가LTE가 3밴드CA보다 배 이상 빠르다는 걸 확인했다. 물론 예상했던 것처럼 기가LTE는 이론적 최고속도 1.17Gbps에는 못 미쳤다.
스타벅스 광화문점에서 영화 내려받기·업로드 테스트를 해봤다. 네이버 주문형비디어(VoD) 앱에서 HD급 1.58기가바이트(GB)짜리 애니메이션 ‘정글번치’를 다운로드 하는데 걸린 시간은 기가LTE 51초, 3CA 98초(1분 38초)였다. 속도측정 실험과 일치하는 결과다. 업로드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올레tv 개인방송 앱에서 UHD급 1GB 용량의 개인방송을 업로드하니 기가LTE가 압도적인 속도를 보였다. ‘게 눈 감추듯한’ 업로드 속도였다. 기가LTE가 100% 업로드한 시점에서 3밴드CA 업로드 진행률은 9%에 불과했다.
김재희 KT 강북네트워크운용본부 충정엔지니어링팀 차장은 “업링크는 주파수묶음(CA)이 되지 않기 때문에 3밴드CA라 하더라도 업로드는 여전히 1개 주파수만 사용하는 것과 같다. 업로드 속도가 와이파이에 비해 느려진다”며 “기가LTE는 와이파이 업링크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3밴드CA보다 업로드 속도가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커버리지·데이터 무제한요금제 확대는 과제
KT는 6월 현재 전국에 기가와이파이 AP 14만개, 일반와이파이 AP 16만개로 총 30만개 와이파이존을 확보했다. 중요한 건 기가LTE가 반드시 기가와이파이존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또 3밴드CA만 가능한 것도 아니라 모든 LTE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상용화된 네 가지 LTE 방식(일반LTE, 광대역LTE(LTE-A), 2밴드CA, 3밴드CA)과 두 가지 와이파이 방식(일반와이파이, 기가와이파이)을 결합해 총 8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물론 속도는 3밴드CA와 기가와이파이 조합이 가장 빠르지만 다른 조합도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티켓박스 앞에서 ‘3밴드CA와 일반와이파이’ 조합을 측정해보니 평균속도 272Mbps가 나왔다. 같은 곳에서 측정한 3밴드CA 속도(155.9Mbps)보다 훨씬 빨랐다.
기가LTE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도 많다. 우선 단말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 현재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만 가능하다. 커버리지 확보도 관건이다. 와이파이 특성상 AP를 벗어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커버리지가 길다는 기가와이파이도 최대 서비스 영역이 100m에 그친다. 더 촘촘한 와이파이존 구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제공량 확대다.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어야 기가LTE 서비스 이용도 늘어날 수 있다.
KT 관계자는 “기가LTE 서비스는 LTE와 와이파이가 약 3대 7 비율로 데이터 내려받기 부담을 나누기 때문에 생각보다 LTE 데이터 소진은 많지 않다”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무료 서비스가 끝나면 기가LTE 적용 요금제 확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