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금융권 ‘계좌이동제’를 맞아 각 은행에서는 핵심 고객 사수 전략이 한창이다. 제도 시행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과열경쟁으로 치달을 경우 출혈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원 출금이체정보 관리서비스포털인 ‘페이인포’에서 각종 공과금, 통신료, 보험료 등 출금 이체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 실시되면 은행 간 모든 자동이체 거래 정보가 간편 클릭만으로 이동 된다.
주거래은행을 바꾸는데 수고스러움이 사라져 고객 입장에서는 한 은행에 길게 종속되지 않고 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은행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은행 계좌이동제로 약 226조원 자금이 대이동 할 것이란 이야기가 무성하다.
은행권에서는 기존 고객을 계속해서 유지해가면서도 이동이 자유로워진 타행 고객을 유치해야하는 ‘두 마리 토끼 사수 작전’을 펼쳐야 한다.
가장 선제적으로 계좌이동제에 대응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내놓아 급여이체, 자동이체, 카드 결제계좌 이동시 주거래 고객을 선정했다. 수수료 면제, 대출한도 및 금리우대, 이자 캐시백, 카드 포인트 적립 혜택 등을 제공해 주거래 고객을 지키겠다는 전략을 명백히 비췄다.
고영배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장은 “주거래 고객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 급여이체, 자동이체, 카드결제 등 가계 수입·지출 금융거래를 이용하는 고객을 주거래 고객으로 우대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에서는 계좌이동제 전략 마련을 위한 별도 테스크포스(TF)를 꾸려 공무원, 우수기업체 임직원, 연금 소급고객, 개인사업자 등 자동이체 입금성 계좌를 가진 핵심 고객군을 중심으로 계좌이동제 전략 마련에 공들이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6회 이상 진행된 TF 내부회의에서 핵심 고객군을 지키면서도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또한 현재 계좌이동제 관련 내부 직원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에서도 계좌이동제 관련 제도 및 규정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입출식 통장인 신IBK급여통장, IBK생활비통장 고객에게 금리 우대 및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부터 마케팅부, 수신상품부 등 10개 내외 유관부서가 비상설 협의회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은행은 은행 간 과다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금리, 수수료 등 가격측면 단기 대응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제휴서비스 등 우대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계좌이동제에 대응한 신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각 은행이 주거래 고객을 잡기 위해서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면 전반적으로 은행권 고객서비스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쟁이 심해져 파국으로 치닫는 출혈경쟁으로 금리, 무리한 대출 경쟁으로 이어지면 결국 여파가 커져 제살깎아먹기 연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