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주요 차종 단종이 이어진다. 불과 서너 달 사이 말리부 디젤, 내수용 캡티바 등 주요 차종 생산이 대거 중단될 처지다. 생산 중단 차종이 특정 공장에 집중돼 구조조정 압박 심화, 국내 생산 기반 약화가 우려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조만간 말리부 디젤과 내수용 캡티바 생산 중단을 추진한다. 회사는 최근 이 같은 방침을 노동조합에도 전했다.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사가 내홍을 겪는 가운데, 새 쟁점이 불거짐에 따라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두 차종 생산 중단은 오는 9월 적용을 앞둔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 ‘유로6’ 대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차종 모두 유로5 모델로, 유로6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은 9월부터 생산·판매가 금지된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들 차종의 엔진 변경 모델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말리부 디젤은 브랜드 대표 중형 세단으로 내년 초 후속 차종 ‘앱실론’ 도입이 예정됐다. 후속 차종이 도입되면 기존 모델은 생산·판매를 중단한다. 유로6가 발효되는 9월부터 앱실론 도입까지 불과 몇 달 영업을 위해 엔진 교체 모델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앱실론은 국내서 생산키로 했지만 디젤 모델 도입 여부와 생산 공장은 결정되지 않았다.
생산에 더 치명적인 모델은 내수용 캡티바다. 후속 차종 도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유로5 모델을 제외하면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후속 차종 생산 계획이 확정적이지 않아 말리부보다 생산 중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차종은 모두 부평 2공장 생산 모델이어서 공장 구조조정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또 다른 2공장 생산 차종인 준대형 세단 ‘알페온’도 생산이 중단된다. 후속 모델로 ‘임팔라’를 도입하지만 국내 생산하지 않고 수입해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한 공장에서 3개 차종이 한꺼번에 단종되는 셈이다. 알페온, 말리부 디젤, 내수용 캡티바가 모두 단종되면 이 공장 생산 차종은 말리부 가솔린과 수출용 캡티바 둘만 남게 된다. 회사는 이전에도 부평 1·2공장 통합을 지속 추진해왔다. 노조는 이번 단종을 공장 축소 시도로 보고 반발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알페온, 말리부, 캡티바 같은 주요 차종이 모두 단종되면 공장 생산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회사가 계속 얘기했던 1·2공장 통합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앱실론 부평 2공장 생산 여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국지엠은 애초 앱실론을 부평 1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노조 반발로 결정을 보류했다. 앱실론 생산 공장 결정은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캡티바 후속 차종 도입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형 SUV 제품군을 갖췄다는 상징성이 강해 회사 입장에서도 무작정 공백으로 남겨두기는 곤란하다”며 “생산이 일시 중단될 수는 있지만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말리부 후속 차종의 2공장 생산 여부 역시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