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 지상파 방송이 불참했다. 정부 중재 노력에 지상파가 부정적 입장을 보인 셈이다. 갈등 당사자 가운데 한 곳이 빠지면서 협의체가 출발부터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지상파가 불참하더라도 재송신 가이드라인 등 주요 쟁점을 협의체에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는 현재 유료방송과 진행되는 법정 소송을 감안해 향후 협의체 참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체 참여를 놓고 정부와 지상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지상파 재송신 공동협의체’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정부는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재송신 대가 이해관계자를 모아 협의체 구성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각 사업자에게 지난달 30일까지 회의 참석자 명단을 요청했다.
유료방송에서는 지상파 콘텐츠 공급을 담당하는 임원급 인원이 사업자별 한 명씩 참석했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정부에 일정 연기를 요청하며 이번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자가 불참해도 협의체를 가동한다는 방침에 따라 우선 참석 인원으로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며 “협의체 운용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현재 유료방송과 수십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체는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판결 이후 협의체 참가 일정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가 정부 중재안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래부, 방통위, 유료방송은 이번 회의에서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운영 방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협의체 구성원 추천 방식, 운영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 정부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제시하는 협의체 운영안을 각각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안도 별도 제시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킥오프 회의는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구체적 운영 형태와 합의 상한 등은 협의체 구성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미래부와 방통위에 지상파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산정 기준, 의무 재송신 채널 범위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가 재송신 협의체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양 부처에 전달했다.
케이블TV 관계자는 “협의체가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일치된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상파가 참여하지 않으면 재송신 분쟁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