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스타로 떠오른 백종원. 뛰어난 요리 실력과 구수한 입담으로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고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종횡무진 활약한다. 또 하나 화제가 되는 것은 그의 설탕 사랑이다. 시청자에게 ‘슈거 보이’라고 불릴 정도다. 설탕을 사용하는 스케일도 남다르다. 종이컵 한 컵을 듬뿍 넣고 된장찌개에도 설탕을 첨가해 맛을 살린다.
시청자는 독창적인 비법을 담은 백종원표 요리에 감탄하면서도 설탕 사용량이 많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흔히 설탕이 건강에 나쁜 것으로 인식돼서다. 과연 설탕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일까. 백종원표 요리에 들어간 설탕이 실제로 과도할까.
◇기원전부터 먹던 설탕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은 원당을 정제공장에 투입해 만든 천연 감미료다. 수크로스(자당)가 주성분이다. 다양한 음식에 널리 쓰이며 과자나 빵에는 반드시 사용된다.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따르면 설탕은 기원전(BC) 327년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인도로 원정군을 보냈을 때 발견됐다고 한다. 중국 문헌에는 ‘이물지’에 기재된 것이 최초인데 베트남에 수수설탕이 있었던 것을 소개했다.
설탕은 인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며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는 BC 2000년 무렵 인도에서 이미 재배된 것으로 짐작된다. 슈거(sugar) 어원도 인도 산스크리트어 ‘사르카라(sarkara)’ 또는 ‘사카라(sakkar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설탕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거쳐 아메리카까지 퍼졌다. 16~19세기에 걸쳐 세계 정치가와 실업가는 설탕 생산권 확보와 유통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다툼을 벌였다. 그 결과 브라질이나 카리브해 섬들에 사탕수수 생산을 위한 대농장, 즉 플랜테이션(plantation)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에 설탕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나 문헌상 최초 기록은 고려 명종때 이인로 ‘파한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 설탕이 대중식품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제당공장 설립 이후다.
◇설탕은 에너지원…과다 섭취는 독
사람들이 설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맛 때문이다. 단맛은 시람이 가장 좋아하는 기본 맛으로 신생아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단맛은 기분을 좋게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당분을 섭취하면 뇌는 배고픔이 충족돼 포만감을 갖고 세로토닌 신경물질을 분비해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에너지 공급 측면으로 보면 설탕은 훌륭한 식품이다. 설탕은 이당류로 포도당 한 분자와 과당 한 분자가 결합돼 있다가 소화되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이후 소장 벽으로 흡수돼 혈류로 들어가고 세포로 전달돼 힘과 열을 낸다. 즉 설탕은 정제물질로 섬유소 등 소화과정을 거쳐야할 물질이 없어 조금 먹어도 고열량 섭취가 된다. 신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등산, 운동 등 활동 시 비상식품으로 초콜릿, 사탕 등이 적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설탕은 섬유질이 결핍돼 소화흡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저혈당증으로 올 수 있는 공복감으로 인해 과식과 폭식을 초래한다. 섬유질 결핍은 배변량을 적게해 변비와 변비로 인한 각종 합병증 요인이 된다. 사탕과 빵 등을 다량 섭취 시 주로 발생한다. 과다한 설탕 복용은 2형 당뇨병, 비만, 충치 같은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
학계도 설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설탕이 함유된 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단 음식을 오랜 기간 먹으면 뇌 시냅스에 문제가 생겨 뇌 세포 간 전달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설탕 섭취량이 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 조절에도 문제가 생기고 이것이 뇌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줘 인지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터프츠대, 워싱턴대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 공동 연구팀은 소프트드링크, 과일 스무디 등 설탕이 든 음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세계적으로 연간 18만4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설탕 음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에 대해서는 설탕 음료 소비와 당뇨, 심장병, 암 등 만성질환 유발과 인과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종원 설탕 레시피 영향은
앞서 연구처럼 설탕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당류 섭취량을 하루 총 열량 10% 미만으로 권고한다. 즉 2000kcal 기준으로 하루 50g이 권장량이다.
그렇다면 백종원 레시피에 나오는 설탕량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요리 하나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다’이다.
우리가 평소 다양한 음식을 통해 자연당과 첨가당 등 다양한 당류를 섭취하기 때문에 하나의 요리에 들어간 설탕 양 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즉 밥이나 면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도 소화과정에서 당으로 분해돼 흡수되고 사탕이나 과자, 빵 등에도 많은 설탕과 당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과일에도 당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오렌지주스 1회 제공량(㎖) 평균 당류 함량만 17.96g이나 된다.
따라서 평소 채식을 선호하는 등 당류 섭취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백종원표 레시피대로 한 끼 먹어도 문제가 없다. 반대로 평소에도 당류 섭취가 많은 사람이 또 설탕이 많이 들어간 요리를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요리에 들어가는 설탕을 조절하면 된다.
실제 만능간장 레시피에 들어가는 설탕 한 컵 양은 약 170~180g이다. 설탕이 많아 보이지만 조림 등 요리에는 간장 한 두 스푼 정도만 쓴다. 이 경우 포함된 설탕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요리를 나눠먹기 때문에 개인이 섭취하는 양은 극히 일부다.
김은미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백종원씨가 요리에 사용하는 설탕이 다소 과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음식을 먹는 사람 평소 식습관을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당 양이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