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엔진 성능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물 분사 기술’이 시장에 나온다. BMW가 고성능 모델 M시리즈에 내년 초 이 기술을 양산, 적용하기로 했다. 회사는 차세대 ‘물 직분사 기술’도 개발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기술은 대중차로 확대 적용해 가격 문턱을 낮춘다.
BMW 그룹은 지난 3일(현지시각) 프랑스 미라마 주행시험장에서 ‘이노베이션 데이 2015’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회사는 물 분사·직분사 기술과 함께 수소연료전지차(FCEV),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 e드라이브 등 차세대 친환경·동력효율 기술을 공개했다.
물 분사 기술은 엔진 흡기 매니폴드(흡기 다기관)에 물을 분사해 엔진 냉각·연소 효율을 높인다. 이는 실제 출력과 연비 향상으로 이어진다. 내년 초 고성능 모델 M시리즈에 양산 적용한다. 전속력 또는 고속 주행 시 활용도가 높다. 지난 2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M4 쿠페 세이프티카를 공개한 바 있다.
물 직분사 기술(DWI·Direct Water Injection)은 매니폴드가 아닌 실린더 내에 물을 직접 분사하는 기술이다. 매니폴드 물 분사 기술보다 엔진 성능과 효율 개선 효과가 크다. 이번 행사 때는 DWI를 적용한 차세대 엔진과 1시리즈 모델을 시연했다. 이 기술 상용화를 위해 자국 부품업체 보쉬와 협력했다.
실연비는 3~8%, 출력과 토크는 5~10% 향상된다. 엔진 연소 온도가 25도가량 낮아져 불량연소(노크) 발생이 현격히 감소했다. 물은 차량 에어컨 응결수를 회수해 사용한다. 엔진이 꺼질 때마다 모든 물을 탱크에 저장하고 영하의 기온에도 물이 얼지 않도록 설계했다.
고속 주행에서는 연비 개선 효과가 더 탁월했다. 실제 주행시험장에서 DWI를 적용한 1시리즈를 시속 80, 130, 180㎞로 몰아봤다. 자체 장비로 측정했을 때 연료 소비가 약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BMW 관계자는 “DWI 적용에 앞서 우선 매니폴드 물 분사 기술을 내년 초 양산하는 M시리즈에 적용한다”며 “DWI 적용 여부와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BMW는 5시리즈 GT 기반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차(FCEV) 프로토타입도 공개했다. 두 대 차량 중 한 대는 차세대 수소연료 저장장치를 장착했다. 극저온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존 4.5㎏인 용량을 7.1㎏까지 늘려 주행거리를 450㎞에서 700㎞로 늘렸다. 기존 탱크가 상온에서 700바 고압으로 연료를 저장한 반면, BMW가 개발한 탱크는 350바로 압력을 낮춘 대신 극저온으로 수소를 주입·저장한다. 이를 위한 전용 충전 기술도 개발했다. 2013년부터 이어온 도요타와 협력을 발판으로 2020년 FCEV 주요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제품군도 대폭 확장한다. 현재 PHEV 스포츠카 i8만 시판하고 있지만 내년 초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 3시리즈, X5 등 대중차에도 PHEV 기술을 적용한다. 특히 고객층이 넓은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행사에서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 e드라이브’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시연했다.
BMW 관계자는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는 고객층이 넓고 대량 생산할 수 있어 PHEV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2시리즈 고객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무난한 다용도 전륜구동 차량이던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가 고성능 차로 변신했다. 앞바퀴는 내연기관으로, 뒷바퀴는 전기모터로 구동한다. 덕분에 기계적 연결구동축 없이도 4륜구동을 구현했다. 전기로만 38㎞를 주행할 수 있고 125㎞ 최고 시속을 낸다. 시스템 최고 시속은 205㎞,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6.5초에 불과하다.
차량을 주행시험장에서 직접 시승해봤다. 시속 80㎞ 전까지 전기로만 달리다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는 내연기관이 작동했다. ‘맥스 e드라이브’ 모드를 설정하면 시속 125㎞까지 전기로만 달린다. 기어 레버를 S로 돌리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상시 구동돼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주행 모드 별로 승차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언덕을 만나면 전기모터(뒷바퀴)와 내연기관(앞바퀴)을 동시에 구동하는 4륜구동으로 전환, 등판 성능을 극대화했다. 약 50% 급경사도 가뿐하게 넘었다. 차량 후미에 전기모터를 달았지만 트렁크 공간은 좁아지지 않았다. 트렁크 아래 수납공간 중 2열 쪽 공간만 전기모터에 내줬다.
미라마(프랑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