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천신만고 끝 700MHz 타결...국회의 지나친 행정부 간섭은 `나쁜 선례`

천신만고 끝에 700㎒ 주파수 분배 해법이 마련되면서 지난해 12월 국회 주파수정책소위가 결성된 지 8개월여 만에 주파수 갈등이 일단락될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정부안 자체에도 기술적 문제소지가 있고,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해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호대역 축소 ‘묘수’…기술적 신뢰성 확보는 과제

정부는 700㎒ 주파수 대역에서 지상파 초고화질(UHD)방송 5개 채널을 모두 집어넣기 위해 ‘보호대역’을 줄이는 묘수를 뒀다. 보호대역은 전파간섭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안전지대’다. 도로에 비유하면 갓길에 해당한다. 덕분에 24㎒ 폭이던 보호대역이 18㎒ 폭으로 줄면서 UHD 1개 채널이 사용할 수 있는 6㎒ 폭이 생겼다.

이번 정부안이 확정되면 698~806㎒인 700㎒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 40㎒, 지상파 UHD 30㎒, 재난망 20㎒가 나눠 쓰게 된다.

미래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파연구원 등에서 2만번 이상 실험한 결과 LTE와 UHD 신호 간 99.8% 혼신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대역을 줄임에 따라 혼신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최민희 의원은 “이렇게 갑자기 통신과 방송이 만족하는 정부안이 나오다니 어리둥절하다”며 “정말로 간섭현상을 없앨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혼신문제도 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일본 이동통신 주파수인 718~748㎒, 773~803㎒ 대역에서 간섭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며 “방송출력(1㎾)이 이동통신 출력(25W)에 비해 40배 이상 강력해 국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개토플랜 백지화…장기 비전이 없다

‘숙원’이던 700㎒ 대역 UHD 채널을 확보한 지상파방송사는 물론이고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이동통신사도 이번 정부안에 큰 불만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의 큰 기틀 가운데 하나인 주파수 정책이 이해당사자와 비전문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이번 ‘700㎒ 파동’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주파수 정책의 근간은 지난 2013년 마련된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까지 700㎒ 대역에서 40㎒ 폭을 이동통신에 분배하도록 돼 있다. 이번 정부안은 가까스로 이 계획을 만족시켰지만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중간 과정을 보면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긴다.

특히 조해진, 강길부, 심학봉(이상 여당), 전병헌, 최민희(이상 야당) 여야 의원 다섯 명이 지난해 12월 국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실상 주파수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정책은 정부가 만들고 국회는 이를 견제한다는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국회가 직접 정책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주파수소위원들은 아예 700㎒ 대역 전체를 지상파에 할당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면서 자칫 국가 대계인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이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주파수 효율화를 통해 700㎒ 해법이 도출된 만큼 이참에 다른 주파수도 효율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동통신 주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방송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효율화해 자원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