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아이디어 상품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첫 결과물을 내놨다. 전자종이로 만든 손목시계, 멀티 리모컨, 스마트 DIY 키트가 그것이다.
소니는 6일(현지시각) 신규 사업 창출 프로그램인 ‘소니 시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SAP)’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갖고, 아이디어 제품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부터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 직속으로 시행되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신규 사업 오디션을 3회 개최했고 약 1000명이 참여해 400여건 응모작이 있었다.
본사 1층 SAP 크리에이티브 라운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오다지마 노부타루 신규사업 창출부 담당 부장은 “사업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검증 육성 프로그램에도 직원 800명이 참가했다”며 “소니에 도전정신이 있는 직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많은 응모작 중 회사는 세 제품을 자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퍼스트 플라이트’에 공개했다. 회사는 소비자 선택을 받은 제품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향후 개발되는 제품도 이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오다지마 부장은 “첫 해는 아이디어 창출부터 상품화까지를 목표로 했다면 올해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일반에 공개된 제품 중 하나는 소니가 개발한 전자종이(e-paper)를 활용한 신개념 시계 ‘FES 워치’다.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판과 스트랩에 모두 전자종이를 적용했다. 전자종이는 얇고 구부릴 수 있는 특수 성질의 e잉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전기반응을 이용한다. 글자는 흑백 색으로 구현한다. 대기전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FES 워치는 전자종이 특성을 살려 본인이 원하는 시계 화면과 스트랩 무늬를 설정할 수 있다. 당일 자신이 입은 옷차림에 맞게 24가지 패턴 디자인 중 선택 가능하다. 이 상품을 개발한 스기조 유우키 씨는 “패션의 디지털화가 목표로 기술적 편의보다도 (디지털을) 몸에 익히는 즐거움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품은 MESH다. 생활 속 스마트 기기를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상품이다. 버튼, LED, 모션, 입출력 등 총 4개 센서 모듈로 각각을 이용해 본인이 필요한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블루투스로 연결돼 사물인터넷 시대에 전문 지식 없이도 스마트홈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마지막 제품은 멀티 리모컨 ‘HUIS’다. TV, 오디오, 에어컨 등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리모컨을 하나로 합쳐 사용할 수 있다. 터치가 가능한 전자종이를 사용해 원하는 리모컨 레이아웃을 설정해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기능만 선별해 넣을 수도 있다. 리모컨을 사용하는 대부분 제품에 호환된다.
HUIS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목표 모금액 500만엔을 달성, 상품화가 결정됐다. 한 개에 2만5000엔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곧 매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판매된 제품은 오는 12월 경 배송할 계획이다.
오다지마 부장은 “소니를 도약시킨 원동력은 아무도 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개인의 힘”이었다며 “(SAP는) 소니 브랜드를 좌우할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전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