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울트라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일본시장에서 호평이다. LG전자는 일본에 출시한 첫 4K(3840×2160) 해상도 올레드 TV로 화질에 민감한 일본 소비자 관심을 이끌어 냈다. 자국 TV 중시 경향이 강한 일본에서 외국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품질로 승부한다.
일본 TV 시장은 ‘기술종가’ 자부심이 강하다. 과거 소니 브라운관 TV ‘트리니트론’은 세계를 휩쓸었고 후지쯔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처음 내놓았다. 세이코와 소니는 각각 LCD TV, LED 백라이트를 넣은 LC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일본 소비자는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최초, 최고를 자부하며 화질 눈높이를 높였다.
하지만 올레드는 LG전자가 포문을 열었다. 소니가 2007년 11인치 올레드 TV를 내놓았지만 거기까지였다. 7년여 간 ‘포스트 LCD(LCD 이후)’를 기다린 일본업계가 LG 울트라 올레드 TV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LG 울트라 올레드 TV는 4월 주요 전자매장에 전시되기 전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량이지만 ‘외산’ ‘고가’ 등 현실적 약점을 딛고 들어온 선주문은 이례적이다. 일본 TV 시장 점유율 3.4%대에 불과한 LG전자가 60만엔(약 550만원)대 고가 TV로 시장에서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하이비(Hi-Vi) 등 현지 영상·음향(AV) 전문 매체 관심도 잇따르고 있다. 올레드 ‘리얼 블랙’에 주목했다. 일본 소비자는 프레임과 비트(bit) 등 패널의 구체적 성능을 따지며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백라이트 없이 자체 발광으로 빛을 만드는 대형 올레드 리얼블랙이 관심을 받는 이유다. TV 화질에 엄격한 일본 매체가 외산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건 흔치 않다.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큰 일본 시장 특성이 올레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울트라 올레드 TV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주변기기 여건도 국내보다 좋다. 파나소닉이 4K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하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고 샤프와 온쿄 등이 HDMI 2.0과 HDCP 2.2를 지원하는 셋톱박스, 오디오 앰프 등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위성 4K 방송 본격화도 콘텐츠 시장 개화를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한국에서는 사실상 혼자 올레드 시장을 키워왔다. 일본시장은 하반기 소니, 파나소닉 등이 올레드 TV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올레드 인지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 TV업계는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공급받아 생산할 예정으로 LG ‘올레드 종가’ 지위 확보도 기대된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