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 업체 간 희비가 엇갈렸다.
2012년 중·일 영토분쟁 이후 반일(反日)감정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일본 ‘빅3’는 최근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도요타, 닛산, 혼다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엔저에 따른 공격적인 가격 전략과 생산 능력 확대, 신차를 앞세워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이고 현지 업체와 경쟁 심화로 판매가 급감했다. 현지 전략 차종 출시 확대, 유통망 강화, 가격 경쟁력 강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자동차 업체는 중국 시장에서 모두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총 51만2800대를 판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성장했다. 도요타 판매 호조는 소형차 코롤라, 레빈이 주도했다. 이 회사 중국 연간 판매 목표인 110만대 달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이와 함께 닛산은 작년보다 5.7% 증가한 58만7900대, 혼다는 작년보다 30%나 증가한 46만901대를 판매했다. 3사 모두 중국 상반기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일본 3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 20%를 넘어섰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및 차량 등록 제한 조치로 신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돋보이는 성과라는 평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가 중국에서 소형차와 크로스오버 신모델 효과와 엔저에 힘입어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업체도 낮은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SUV로 판매가 지속 증가해 글로벌 업체 간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베이징현대)와 기아차(둥펑위에다기아)는 최근 중국 판매가 급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 중국공장 판매량은 약 6만대로 작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기아차도 25% 이상 줄어든 3만8000대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7%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일본 업체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이 심화되면서 현지 전략 차종 출시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중국 현지 전략 모델을 더욱 다양화하고 현지 유통망 강화에도 주력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신차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