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 출시하는 신형 아반떼에 국산 ‘가솔린직분사(GDI) 인젝터(분사장치)’를 처음으로 적용한다.
독일 부품업체 보쉬와 기술제휴 관계를 청산하고 독자 개발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에 이룬 쾌거다. GDI 인젝터는 연비 향상 핵심 부품이지만 지금껏 전량 외산에 의존해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최근 신형 아반떼 GDI 엔진에 장착할 고압 인젝터 양산을 시작했다.
신형 아반떼는 6세대 완전 변경 모델로 올 3분기 출시 예정이다. 현대케피코는 지난해 관련 기술을 개발한 뒤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양산 일정을 조율해왔다.
GDI는 엔진 연소실에 가솔린을 직접 분사하는 기술로 일반 포트연료분사(PFI)보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터보·다운사이징 엔진에 적용하면 연비를 15%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현대·기아차도 GDI 엔진을 적극 도입했다. 이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한 독일 부품업체 보쉬는 202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중 25%가 GDI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GDI 핵심 부품인 고압 인젝터를 이제껏 생산하지 못했다. GDI 엔진에는 기존 3~5바(bar)보다 월등히 높은 150~200바 수준으로 연료를 분사해야 하므로 고압 인젝터가 필수다. 그동안 보쉬, 콘티넨탈 등 소수 업체가 압도적 미세 가공 기술에 기반을 두고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현대·기아차도 이들 기술에 의존해왔다.
현대케피코가 양산을 시작한 고압 인젝터 연료 분사 압력은 200바로 세계 최고인 보쉬 양산 제품과 맞먹는 수준이다. 회사는 지난 2012년 보쉬와 기술제휴 관계를 청산하고 부품 국산화에 나섰다.
국산 GDI 인젝터 첫 적용 대상이 현대차 최다 판매 차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아반떼는 국산 단일 모델로는 처음 글로벌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한 현대차 대표 모델이다. 올해 3분기 출시되는 신차는 5년 만에 완전 변경되는 6세대 모델이어서 시장 기대도 크다.
국산 GDI 인젝터 적용 차종과 엔진도 순차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케피코가 양산을 시작한 GDI 인젝터는 감마 엔진은 물론이고 카파 엔진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차종으로 따지면 아반떼뿐만 아니라 엑센트에도 적용될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현대케피코에는 독자 개발 부품 시장점유율이 안정화될 때까지 손익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현대케피코 관계자는 “아반떼 출시 일정에 맞춰 최근 GDI 인젝터 양산을 시작했다”며 “구체적 양산 규모와 세부 스펙 등은 고객사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