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살 사람은 산다.”
애플 스마트폰 사업 기조다.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수익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다른 제조사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2012년 전후 삼성전자와 나눠 갖던 이익 점유율마저 대부분 빼앗아갔다. 판매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보다 실속은 더 챙기고 있다.
애플은 2011년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013년 보급형 5C를 내놓으면서 잠시 판매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이익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열기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수익 대부분이 애플로 흘러들어가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사이에 결국엔 애플과 삼성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재편 불가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72.5% 증가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아이폰 전체 판매량은 약 6000만대로 이 중 30%(약 2000만대)를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에서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 덕분에 중화권이 북미 시장을 제치고 애플 최대 시장이 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지난해 샤오미가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애플이 샤오미를 앞질러 중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과거 ‘프리미엄=삼성전자, 보급형=중국 제조사’로 구분되던 중국 시장이 이제는 ‘프리미엄=애플, 보급형=중국 제조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애플 돌풍은 거세다. 애플은 지난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전년 동기 대비 2.6%p 성장한 17.9%로 2위를 유지했다. 반면에 삼성전자 점유율은 30.4%에서 24.2%로 6.2%p 하락했다. 두 기업 간 격차는 약 15%에서 이제 7% 미만으로 좁혀졌다.
판매 점유율 확대는 애플 ‘프리미엄 전략’과 맞물려 이익점유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모바일 기기 중 iOS 이익 점유율은 88.7%로 11.3%인 안드로이드와 큰 차이를 보였다. 2013년 4분기 70.5%에서 20%p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애플 이익점유율은 이제 90%를 웃돌며 스마트폰 시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 비용구조, 영업이익 높인다
애플 이익 점유율이 높은 표면적 이유는 중저가 제품은 거의 취급하지 않아서다. 판매 이윤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와는 다른 비용 구조가 애플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애플은 모델 수가 적다. 모델 하나가 늘어나면 관련 프로세스도 하나 늘어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제품을 하나 제작하면 이에 따른 소재, 부품, 개발, 조달, 관리, AS 프로세스가 하나 더 생겨야 한다. 다른 제조사는 이를 국가 단위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애플은 모델 수가 적다. 관련 프로세스마저 국가가 아닌 아태, 유럽 등 광역 단위로 운영한다. 이런 비용 구조는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세계 곳곳에 충성도 높은 애플 마니아가 있어 마케팅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애플은 글로벌하게 제조사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수 모델을 프리미엄 가격으로 판매해도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단순한 기능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감성과 품질에서 기인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부터 칩까지 모든 스마트폰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설계 단계부터 최종 테스트까지 모두 애플이 관리하기 때문에 소비자 요구에 맞는 최적 제품을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한때 iOS 생태계는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는 결국 애플 성장 근간이 되고 있다. 이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 서드 파티업체는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양산한다. 선순환 구조가 확고하게 굳어졌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 부사장은 “애플은 다른 제조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며 “설계, 제조 단계뿐만 아니라 판매 이후까지 비용 구조가 높은 이익 점유율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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