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벤처 창업 늘어나는데, 투자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여성 벤처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투자 생태계나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기반 기업 등 다양한 업종의 여성 벤처 기업은 늘어나지만 이를 지원할 여성벤처펀드나 공동운용사(GP)모집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벤처협회는 여성기업이 지난 2006년 508개에서 지난해 2393개로 8년 새 4배나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전체 벤처기업은 2006년 1만2218개에서 2014년 2만9910개로 약 2.5배 증가했다.

엔씨소프트 출신 이수인 로코모티브랩스 대표는 교육용 앱 개발력을 인정받아 한국, 중국, 미국으로부터 총 44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출신 김호선 대표가 창업한 스파이카는 대용량 파일 전송 기술을 가지고 한국과 미국에서 총 21억원을 유치했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미국 레저 시장을 겨냥한 휴대용 수력 발전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제조업과 에너지 사업 융합에 도전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처럼 정부 창업 지원 정책이 강화된 이후 여성이 창업한 다양한 벤처가 등장하는 데 반해 국내 투자업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모태펀드가 지원하고 포스코기술투자가 위탁운용을 맡은 첫 여성벤처펀드 조성 이후 올해 추가 펀드 조성에 나섰으나 추가 GP 선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00억원에 이어 올해 규모를 키워 200억원을 결성할 예정이었으나 하반기로 펀드 조성 계획이 넘어갔다. 이는 업계 유일 여성벤처펀드다.

정부는 지난해 여성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총 500억원 규모로 여성벤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기술투자가 사회공헌 차원으로 여성벤처펀드 운용사로 나섰지만 후속 여성벤처펀드에 GP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여성 벤처 기업은 수익률이 낮고, 영세하다는 선입견이 더해진 까닭”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와 포스코기술투자는 14일 여성 벤처기업 대상 기업공개(IPO)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포스코기술투자 관계자는 “여성 CEO나 오너만이 아니라 여성 종사자가 많이 근무하는 기업에도 자금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성벤처펀드의 투자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벤처기업 현황(단위:개)/자료=한국여성벤처협회>


여성벤처기업 현황(단위:개)/자료=한국여성벤처협회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