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1000개가 넘는다. 생태계를 활용한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
애플이 지난 1분기 세계 상위 8개 스마트폰 제조사 전체 영업이익 중 92%를 차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캐나다 투자분석 업체 캐너코드제뉴이티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서 삼성전자는 3년 전에 비해 수익이 줄었지만 15%를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나머지 5개사는 소폭 흑자 또는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경쟁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가 3강 구도를 형성하지만 수익성,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 독점 구도가 더욱 굳어졌다. 레노버는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영업이익은 감가상각 및 조정 등으로 전체 스마트폰 제조사 영업이익 중 4%를 가져갔다.
1분기 애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65%에서 무려 17%포인트(P) 상승했다.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은 20% 미만을 차지한다.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을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애플 경쟁사 대다수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사용하며 비용을 지불하거나 제품을 차별화시키고자 가격 경쟁을 벌이지만 애플은 독자 OS인 iOS 덕에 그럴 필요가 없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개방과 경쟁에 따른 이익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는 삼성전자도 전체 스마트폰 제조사 영업이익 중 15%를 차지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제조업체는 적자폭이 컸음을 의미한다. 상위 제조업체 및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제외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네일 마우스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임원은 “다수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중국 샤오미 저비용 전략과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이에 놓여 있다”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수백곳을 포함해 세계 1000곳이 넘는 제조사가 이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전체 이익률 절반씩을 양분했다. 마이크 워클리 캐너코드제뉴이티 디렉터는 “프리미엄폰 공급 주도권이 애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다수 스마트폰 제조사는 기기 판매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애플과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한다. MS와 샤오미는 스마트폰 판매 후 유료 애플리케이션, 관련 액세서리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내재화하거나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처럼 경쟁사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해 이익을 창출한다.
애플은 맥북 등 개인PC 사업에서도 아이폰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평균 PC판매가격은 점차 하락해 대다수 제조사가 이익률 확보에 고전 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PC업계 전체 수익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이 기간 애플 맥북 라인이 100대 팔릴 때 불과 6대 정도 판매되는 데 그쳤다.
전문가는 애플이 오히려 더욱 공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데니 스트리글 전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애플 지배력을 넘어서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