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제2 도시 로테르담에 플라스틱 도로가 등장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와 건설 업체 볼커베셀스가 플라스틱 도로 프로토타입을 함께 선보이기로 했다고 14일 와이어드 및 주요 IT외신이 전했다. 이 도로는 로테르담시가 ‘거리 실험실’로 제공한 일부 지역에 깔린다.
기존 도로 재료로는 대부분 모래·자갈을 섞은 아스팔트가 쓰인다. 아스팔트는 석유원유 잔류물로 천연 추출되는 것과 인공 생산되는 게 있지만 대부분 인공으로 만들어진다. 고온일 때 녹고 굳으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설치하기 쉽고 저렴한데다 내구성이 좋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지보수가 필요하고 제조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 세계 아스팔트 연간생산량은 16억톤(t)으로 이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96만톤에 달한다. 이중 2%가 도로 교통에 쓰인다.
이들이 개발하기로 한 플라스틱 도로는 플라스틱 폐기물로만 만든다. 재료 특성상 영하 40도(℃)에서 80도까지 견딜 수 있고 가볍기 때문에 도로 하중이 적어 가운데를 뚫어서 케이블이나 파이프라인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공장에서 조립형으로 설계돼 이송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몇 주면 도로를 완성시킬 수 있는데다 유지보수도 덜 필요하다.
별도 굴착 과정도 필요치 않고 특히 토양 물기가 적은 곳에 이상적이다. 네덜란드 토양 절반 정도가 이런 환경이라는 게 볼커베셀스 측 설명이다. 기즈모도는 이 도로가 설치는 물론 제거도 간편하기 때문에 도시 인프라 설계를 바꿀 때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향후 3년 내 첫 재활용 플라스틱 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 재활용 플라스틱이 아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재료로 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한 번 바다에 들어가고 나면 염분이 스며드는 탓에 다시 녹여 특정 모양으로 성형하기가 어렵다. 미국에선 지난 2013년 기준 3300만톤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왔다. 이 중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불과 9%다.
로테르담시 엔지니어링부 소속 잡 피터스는 “플라스틱 도로를 만든다는 데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며 “로테르담시는 실험과 혁신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있는 도시고 ‘거리 실험실’에서 얼마든지 플라스틱 도로를 테스트해봐도 좋다”고 말했다.
롤프 마스 볼커베셀스 도로 사업부 임원(디렉터)은 “아직은 종이 위 개념에 불과하지만 이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도로가 젖거나 미끄러워졌을 때 안전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일반 기업은 볼커베셀스가 처음이다. 인도에선 이미 플라스틱 폐기물로 3000마일(mile) 길이 도로를 만들었다. 라자고팔란 바수데반 인도 화학 전공 교수가 오래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이를 고안해냈다. 폴리머 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섞어 비용을 줄였고 친환경성까지 확보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