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기업 10곳 중 4곳은 1년 내 문을 닫고 신생기업의 70%는 5년 내 망한다. 정부가 창업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반면에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에 달해 1999년 외환위기 시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기업을 운영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다. 과연 돌파구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가는 최적의 전략은 과학기술과 혁신적인 연구개발(R&D)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성장을 이끈 근원적인 힘이었으며, 미래를 밝혀줄 동력원이 될 것이다. 올해 5월 유럽집행위원회(EC)가 발표한 국가연구혁신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종합혁신지수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를 보여준다.
R&D 혁신은 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수행되나, 기업은 R&D 혁신을 통해 창출된 가치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다시 말해 기업은 정부 R&D 지원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자 경제성장의 핵심 주체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인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활동의 최종 수요처인 기업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와 혁신의 일환으로 지난 5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정 부부처가 합동으로 R&D 지원체계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R&D 지원체계를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수요자 중심 R&D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변화를 위한 노력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수요와 R&D 현장 목소리를 듣고 혁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혁신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모방형에서 창조형으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성장전략 혁신이 필요한 것처럼 공급자 중심 정책이 아닌 기업, 즉 수요자 중심으로 R&D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산업계 수요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는 국가 R&D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산업계 애로와 규제개선에 더 많은 의견을 들어야 기업하기 좋은 양질의 R&D 정책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에서는 매년 산업계 현장 의견을 받고 이를 분석해 ‘산업기술지원정책 산업계 종합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기술혁신형 기업 800여개 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현장방문으로 38개 기업 현장 의견을 도출하고 이를 정부에 제안했다.
주요 현장의견으로 R&D 인력 분야는 퇴직 과학기술자 1만명과 중소기업 1만개 연구소 매칭 지원, 지방 중소기업에 인력 지원사업 확대가 있었으며, R&D 인프라와 관련해 기업연구소 과밀부담금과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부처별로 분산돼 수행하는 인력지원사업 통합 추진 등 개선요구가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오픈한 ‘기업공감 원스톱서비스’와 같은 지원책은 산업계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수요지향적 변화의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공공기술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기술애로를 해소하고 필요한 연구장비나 시설을 보유한 기관과의 연계, 기술이전 및 후속지원까지 지원한다니 기대해볼 만하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오늘도 치열한 경쟁의 파고를 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 목소리가 정부 R&D 정책에 반영될 때 우리 기업에 경쟁우위를 제공할 수 있는 창조적인 혁신활동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R&D 혁신의 답은 산업계 현장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화용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문위원 hwayong@koi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