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액션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는 이전 시리즈보다 더욱 강력해진 적군 로봇 ‘T-3000’이 등장한다. T-3000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고 어디든지 침투할 수 있고 상대방 기술을 자유자제로 흡수한다. 금속 터미네이터와 달리 화염 속에서도 녹지 않아 제거 불가능한 존재다. T-3000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비밀은 ‘나노기술’에 있다 최첨단 나노입자로 만들어져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나노기술 우수성은 영화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나노기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 섬유 등과 융합해 신기술·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나노융합산업은 파급력이 매우 크고, 생산구조 고도화와 기업 수익창출이 매우 큰 분야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1990년대부터 나노물질 기술개발에 나섰으며 지금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나노기술 산업화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나노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은 나노기술을 산업선도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연구성과 상업화 촉진을 위해 민간·공공부문 간 협력을 강화해 전략적인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나노재료를 중심으로 한 원천기술에 집중하고 있으며 나노기술 분야를 견인하기 위해 ‘제4기 과학기술 기본정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나노기술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진국과 기술차이 극복, 중국·러시아 등 후발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2001년부터 ‘나노기술개발촉진법’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나노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나노기술개발로 미래 신산업을 창출해 나노강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꾸준한 지원과 노력 결과 우리나라 나노분야 기술경쟁력은 세계 4위 수준에 올랐다. 논문과 특허의 양적·질적 수준 또한 다른 기술 분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중 나노제품 비중이 75% 이상을 차지하는 나노 전업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나노기술이 실제 제품화·사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수한 특성을 자랑하며 생산되어온 나노소재를 예로 들어보자. 나노소재는 전자소자·태양전지·환경오염정화 필터·의료용 약물전달체 등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화를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복합화한 나노소재의 우수한 물성, 재현성 있는 성능 등이 담보돼야 한다. 이렇듯 나노제품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저가화 기술, 나노제조공정기술 확보 등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선진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돌파구로 나노기술 기반 첨단제조와 제품 상용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확보해온 우수한 나노기술개발 성과와 실적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노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업기업을 육성해야 할 때다.
나노기술 발전과 융합제품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나노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사업화까지 긴 과정, 높은 공정비용, 양상공정으로의 확장 어려움 등을 반영해 다양한 전략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스스로 자체 역량을 키우고 나노기술을 사업화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정부와 민간, 나노와 타 산업 간 융합으로 단순한 덧셈이 아닌 곱셈 이상의 시너지를 발생시켜 다가올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고병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PD bcko@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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