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중저가폰, 사물인터넷(IoT), 통신장비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부활 승부수를 던진다. 이동통신 수요가 폭증하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주로 공략한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지난 17일 팬택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팬택과 함께 회생계획안 마련에 나섰다. 옵티스에 이어 통신장비업체 쏠리드가 주요 인수업체로 참여하면서 중계기, 분산안테나시스템(DAS) 등 통신장비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됐다.
쏠리드는 사모펀드 EMP인프라아시아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추가 참여했다. 쏠리드는 팬택 인수대금 400억원 가운데 6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날 20억원을 납입했다. 옵티스는 지난달 계약금으로 20억원을 납입했다. 이에 따라 쏠리드와 옵티스 가운데 더 많은 납입금을 투자하는 기업이 컨소시엄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1차적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을 개발해 인도네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인도네시아가 2세대(2G) 인프라를 4G로 전환할 방침으로, 관련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포석이다.
컨소시엄은 인수 7~8개월 후 최초 제품을 개발해 인도네시아에 공급한다. 이후 미얀마 등 주변 지역으로 사업 반경을 넓힌다. 옵티스 광디스크 저장장치(ODD)와 쏠리드 통신장비가 팬택 스마트폰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팬택이 보유한 기술과 옵티스, 쏠리드간 기술 결합으로 IoT 사업도 준비한다. IoT는 국내 시장을 우선 공략한다.
기존 팬택 김포공장 제조설비는 추가 인수 대상으로 계속 검토 중이다. 옵티스가 삼성전자 공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필리핀 공장에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팬택이 단기적으로 단말기 사업을 하는 회사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이 모색해볼 수 있는 사업이 IoT, 엠투엠(M2M) 등 네트워크 회사”라며 “팬택이 IoT 관련 특허와 기술이 많아 이 분야에 도전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9월 초까지 최종 인수 대금(400억원)을 납부하기로 매각 주관사(삼정KPMG, KDB대우증권)와 합의했다. 추가 투자자를 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인수 대상은 팬택이 가진 특허와 연구개발(R&D) 인력 400여명 등이다. 팬택 김포공장 생산 설비 추가 인수가 논의 중이어서 인수 대금은 100억원가량 올라갈 수도 있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9월 11일 채권단 등 관계인 집회를 연다. 그 이전에 잔금을 치르고 사업계획서를 마련해야 한다. 관계인 집회에서 사업계획서를 받아들이면 인수가 완료된다. 채권단은 컨소시엄이 지불한 인수 대금을 채권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이주형 옵티스 대표는 “최종 인수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옵티스 강점인 글로벌 제조 역량을 100% 활용해 팬택 제조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반드시 재도약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쏠리드가 팬택 인수의 핵심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향후 팬택 사업에 대한 전망도 달라지고 있다. 쏠리드가 최대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팬택이 화웨이나 ZTE, 삼성전자처럼 통신장비를 등에 업은 스마트폰 제조사로 거듭날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통신 장비, 네트워크 기술은 고품질 스마트폰 개발과 테스트에 큰 도움이 된다.
‘인도네시아 국민폰’을 만들겠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이주형 옵티스 대표는 여러 차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현지 기업, 정부 당국자와 만남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사인 텔콤인도네시아와 이미 전략제휴를 맺었다.
인구 2억5400만명으로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인도 못지않게 스마트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점쳐진다. 대부분 2G 통신망을 쓰고 있어 내년부터 바로 4G로 통신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는다. 팬택은 한국 휴대폰 제조사로서 기술 프리미엄에 가격경쟁력을 더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인도네시아 중저가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주형 옵티스 대표는 “통신망이 4G로 전환되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요구가 생겨날 것”이라며 “150달러 안팎의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가 많다 보니 중저가폰 외에도 고성능 프리미엄폰을 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가격 대비 성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생산 거점이 있는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쏠리드는 동남아 시장 진출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중계기 전문 업체로 특히 옥내중계기로 불리는 ‘분산형 안테나 시스템(DAS)’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DAS는 실내 등 음영 지역에 설치하는 중계기다. 고가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북미 지역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쏠리드는 지난해 매출 1830억원 중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북미 외에도 중남미, 유럽과 중동지역까지 통신장비 공급을 늘리고 있다. 동남아에서도 DAS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팬택 인수에 참여한 것은 동남아 사업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변양균 옵티스 회장과 지향하는 바가 같았기 때문이다.
팬택 스마트폰은 쏠리드 동남아 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에 스마트폰을 공급하며 동시에 DAS도 공급하는 방식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옵티스의 광디스크저장장치와 무선충전기, 보조배터리 등 스마트폰 주변기기가 스마트폰 사업과 맞물려 커다란 시너지가 예상된다.
쏠리드 관계자는 “현재 팬택 인수와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처가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 참여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긍정적으로 자금 확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행여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양사에서 분담해 자체적으로 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투자자 참여에 따라 팬택의 지분 구성에는 변수가 많을 전망이다. 인수 자금이 순조롭게 지급되면 9월 11일 열리는 팬택 관계인집회에서 승인을 받아 매각 작업을 최종 마무리할 수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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