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TV 시장 정체-경쟁 가열` 돌파구는?

[이슈분석]`TV 시장 정체-경쟁 가열` 돌파구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1, 2위 TV 제조사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1분기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삼성전자가 TV에서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그쳤고 LG전자는 적자를 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슈분석]`TV 시장 정체-경쟁 가열` 돌파구는?

원유나 구리, 철 등 원자재 가격 급변동이 해당 산업 모든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은 간혹 나타난다. 하지만 공산품이면서 조립산업인 TV에서 세계 1, 2위 업체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전의 얼굴’로 꼽히는 TV에서 이 같은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그룹 차원 경영진단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10년 연속 ‘글로벌 넘버원’이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익성에다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조치다.

LG전자는 글로벌 1위인 LG디스플레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올레드(OLED) TV도 글로벌 기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만들어낸다. 전체 TV사업 성적표는 오히려 나빠졌다.

TV사업 부진이 일시적이거나 개별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TV산업 전반 장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타난 TV산업 저수익 국면은 돌발 악재가 나타났거나 특정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며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가운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구도라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 자체가 탄력을 잃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TV시장(잠정치)은 9900만대 수준이다. 1억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악이다. 지난 2008년 10월 발생한 금융위기로 2009년 상반기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8800만대에 그쳤다. 이후 2010년 1억1100만대로 1억대를 넘은 뒤 2011년 1억1400만대, 2012년 1억300만대, 2013년 1억100만대, 2014년 1억300만대 등으로 꾸준히 1억대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TV시장 침체는 지난해 말 시작된 러시아 등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현상으로 인해 현지 제품 가격이 인상되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TV에 긍정적이지 않다. 방송통신기술이 진화하면서 TV 이외에 모바일 스마트기기로 원하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TV를 대체할 디바이스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TV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구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TV 관련 기술은 의외로 간단하다. 패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여기에 TV를 구동할 보드와 셋톱박스, 전원장치만 연결하면 만들 수 있다. 물론 시장을 주도하는 제조사는 초고화질을 내기 위해 패널을 고급화하고 소프트웨어 기술, 디자인, 사용자환경(UI) 등을 갖춘 30여개다.

보급형 제품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업계는 글로벌시장에 TV를 출시하는 업체 수를 500여개로 추산한다. 일부는 한정 수량만 기습적으로 내놓고 시장에서 철수한다. 일부 업체는 시장상황을 봐가며 사업을 중단했다가 다시 진입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 중국, 일본업체에 편중되던 글로벌 TV시장에서 각 지역 로컬 제조사와 유통사상표부착(PB) 업체들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TV 산업 전반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V 핵심 부품인 패널 공급부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공세적 생산량 확대에 맞서 삼성·LG 등 기존 강자까지 공격적 맞대응에 나서면서 패널 공급부족이 나타났다. 생산 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경쟁은 치열하다. 최근 TV부문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 TV용 패널 가격 하락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업계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급형 TV에서 업계 최고라는 삼성·LG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성장을 위한 중장기 전략 고민이 시급한 때”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