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셀프 주유소에서 하나카드로 결제 했다. 본래 가득 주유인 경우 카드사는 15만원을 선 결제한다. 실제 주유액이 나오면 해당 금액을 결제 한 후 15만원을 결제 취소한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15만원은 취소되지 않았다. 주유소는 손님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본 후 하나카드 시스템이 정상화되면 15만원 결제를 나중에 취소시켜주겠다고 답했다. A씨는 주유소를 믿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나카드 고객센터는 문의 폭주로 연락 두절상태다. 주유하고 결제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하나SK카드 회원 심모씨는 법인카드 계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약 590만원이 인출되는 사고를 경험했다. 심씨는 이날 인터넷 쇼핑몰에서 법인 신용카드로 결제하자 결제금액이 곧바로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전산시스템이 신용카드 거래를 체크카드 거래로 잘못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하나카드 측은 이날 심씨를 포함해 하나카드 개인 회원 3200여명의 돈 2억여원이 인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전산 시스템 통합 첫날, 결제 중단사태 등으로 소비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같은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도 21일 오전 내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장애로 정상적인 주식 주문이 이뤄지지 않아 고객들이 대혼란을 겪었다. 일부 고객은 집단 피해보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의 통합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하나카드 통합 전산망 운영 과정에서의 거래중단 사태는 곳곳에서 발생했다. 하나카드는 통합 전날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신용·체크카드 결제가 일부 중단된다고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고객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날 예고된 시간 이후 오전 8시부터 약 30분 간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출근길 일부 고객은 불편을 겪었다.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체크카드처럼 빠져나가는 등 크고 작은 전산 사고도 잇따랐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약 3200명의 계좌에서 2억원 규모의 돈이 빠져나갔다가 재입금 됐다.
전산통합 첫날 시스템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카드 이용이 몰리는 출근 시간대와 점심시간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피해도 속출했다.
생활밀착업종인 주유소와 편의점 등에서는 ‘외환카드를 받지 말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전국 세븐일레븐가맹점주 협의회는 커뮤니티를 통해 하나카드와 외환카드의 체크·직불카드 승인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가급적 하나카드와 외환카드 이외의 결제수단으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하나카드는 전산 통합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순차적으로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고 고객센터 인력을 평소보다 30% 확충하는 등 대비에 나섰지만 전산 통합 첫날 결제 오류가 잇따랐다.
금융 IT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급증이 불러온 예견된 사고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CISO는 “두 은행의 전산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다른데 위험요소를 생각하지 않고 껍데기만 바꾸는 통합 작업에 불과하다”며 “제 2, 3의 장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전산망 오류 사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전산통합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카드 전산망도 재대로 통합하지 못하는데 은행간 전산망을 통합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만약 고객이 결제 승인과정에서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었다면 전액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HTS도 21일 증시 개장 전부터 장애가 발생해 오전 내내 주문에 차질을 빚었다. 증시 개장 전 시간외거래 때부터 시작된 전산 장애는 오후 1시 20분 복구돼 정상 주문이 가능해졌다.
하나대투증권 전산실 관계자는 “전날 야간에 고객 잔고와 주문을 정리하는 배치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 나오는 외부 공격이나 차세대시스템과는 관계가 없으며 시스템 복구 후 원인을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나카드와 하나대투증권은 전산을 관리하는 주체가 달라 양측의 사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HTS가 오전 내내 마비되면서 고객들이 주식 주문을 못해 큰 불편을 겪었고 회사 콜센터 등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일부 고객은 SNS 등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