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해킹방지 기술을 탑재하지 않은 자율주행차는 앞으로 영국 도로를 달릴 수 없게 된다.
영국 4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차량 시험운전이 시작되면서 영국 교통부가 최근 이 같은 내용 비법정 실행규범(code of practice)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정부가 마련한 자율주행 시험운전 실행기준은 차량 보안성 강화에 방점을 뒀다. 해킹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하며 개인정보 유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차량에 컴퓨터에서 해킹을 막는 방화벽과 비행기에 쓰이는 블랙박스 형태 제품을 필수 탑재해야 할 정도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실행규범에 따르면 시험운전을 하는 기업은 차량 속도, 브레이크 사용, 수동·자동모드 등 관련 데이터를 기록해야 한다. 이는 사고 후 조사관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 운전자나 소프트웨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다. 차량에 모인 데이터는 인증되지 않은 관리자가 접근할 수 없어야 한다. 차량은 모든 교통 법규를 준수해야 하고 필요한 때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
영국에서 자율주행 차량 시험을 하는 두 컨소시엄 구성원인 AXA은행과 벤추러(Venturer), UK오토드라이브(UK Autodrive)는 이 실행규범으로 데이터 보호와 사이버보안을 보증할 수 있어 훗날 자율주행차 대중화를 도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AXA은행 언더라이팅(underwriting) 관리 디렉터는 “관련된 위험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닉 리드 영국교통연구소(TRL) 아카데미 이사는 “최근 자율주행차량 사이버보안이 충분치 않다는 게 알려져 관련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우리가 위험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유명 보안 전문가 찰리 밀러와 크리스 발라섹은 지난 2013년부터 여러 차량을 해킹해 원격조종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들은 최근 수백에서 수천대 차량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법을 오는 8월 열릴 연례 블랙햇(Black hat)과 데프콘(Def Con) 해킹 콘퍼런스에서 시연하겠다고 나섰다.
인터넷에서 장소에 따라 차량을 추적하고 속도를 알아내거나 방향등·조명 가동, 와이퍼나 라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조종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몇몇 차량에선 브레이크와 스티어링을 조종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차량 시험은 지난 2월부터 영국 브리스틀, 코번트리, 밀턴케인즈, 그리니치 4개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영국교통연구소는 그리니치에서 시험 중인 TRL컨소시엄 일원이다. TRL컨소시엄엔 스페인 전화통신 업체 텔레포니카(Telef〃nica)와 영국 로봇 컨설턴트 업체 고보틱스(Gobotix), 거대 석유화학그룹 로열 더치 셸도 참여 중이다.
AXA은행과 UK오토드라이브 컨소시엄은 코번트리와 밀턴케인즈에서 시험용 자율주행차량을 운행 중이다.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업체 아럽(Arup), 랜드로버와 포드를 만든 차량 제조사, 영국 에어로스페이스 지사와 방위 업체 탈레스가 함께한다.
브리스틀에서 시험 중인 벤추러 컨소시엄에는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관리 컨설턴트 업체 앳킨스(Atkins), 영국 엔지니어링 서비스 제공 업체 윌리엄스어드밴스트엔지니어링 등이 자리했다.
앤드루 존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최근 자율주행 연구용으로 2000만파운드(약 359억원) 규모 정부 기금을 조성했다”며 “영국이 자율주행차 기술 최전선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