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세액공제 축소가 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단기 세수 확보에 치중해 미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박용현)가 진행한 R&D 세액공제 관련 설문에서도 응답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세액공제 축소를 반대했다.
전경련은 2012년부터 공제율과 공제대상이 줄고 공제요건이 까다로워졌으며, 각종 R&D 관련 제도도 폐지되는 등 R&D 세제지원 정책이 축소 일변도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R&D 업무 관련 인건비 등에 대한 공제인 R&D 세액공제는 대기업 공제율이 2014년 3∼4%에서 올해 2∼3%로 축소됐다. 대기업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지난해 10%에서 3%로 축소됐다.
미국이 지난 5월 하원에서 R&D 세액공제 영구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영국은 특허 수익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 외국이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상반된다.
전경련은 유럽연합이 발표한 2013년 R&D 상위 2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80개(3.2%)에 불과하며 이들 80개 기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2.3%로 전체 평균(3.2%)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R&D 세액공제 축소 주장에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고 있지만, 대기업은 공제받는 것 이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3년 신고기준 대기업은 전체 R&D 공제액의 67.8%를 차지하지만 같은 해 대기업은 전체 R&D 투자액의 74.2%를 집행했다.
전경련은 2012년 이후 R&D 지원 축소로 투자가 1조원 가까이 줄었을 것이라면서 R&D 세액 공제 축소로 양질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R&D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R&D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민간의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기협이 연구소 보유기업 68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에서도 세액공제 축소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기업의 90.5%는 기업 R&D 세액공제 축소 방향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기업의 R&D 세액공제 축소에 대해 중소기업(60.1%)과 중견기업(60.0%)도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R&D 세액공제가 축소되면 응답 기업의 57.8%가 향후 R&D투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상길 산기협 전략기획본부장은 “과학기술투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R&D 세액공제 축소는 산업계 현장에 혼선과 R&D투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정책 개선에 앞서 기술혁신활동 최종 수요자인 기업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기범·권건호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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