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전화 거는 습관을 바꾸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단말기에 기본 내장된 ‘전화’ 버튼 대신 브랜드를 내건 앱으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통화플랫폼을 선점함으로써 모바일 유통채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통신서비스 업체 보이스로코(대표 서준혁)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타이폰(Typhone)’을 다음 달 초 출시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존 mVoIP는 물론이고 3세대(3G) 이동통신보다 3배, LTE음성통화(VoLTE)보다도 2배 이상 뛰어난 음성통화 품질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이스코로는 기존 mVoIP는 통화성공률이 90% 미만인 반면에 타이폰은 99%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iOS 버전 출시 이후 10월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한다.
타이폰 출시를 계기로 모바일 통화플랫폼 경쟁에 눈길이 쏠린다. 단말기에 기본 탑재된 주소록을 기반으로 통화를 했지만, 이제는 자체 주소록과 통화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화 거는 습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통화플랫폼은 무료통화와 스팸차단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기존 플랫폼을 대체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함께 전통 유통기업, 인터넷서비스기업 등이 통화플랫폼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통화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014년 SK텔레콤이 출시한 통화플랫폼 ‘T전화’는 현재 6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KT는 스팸차단 기능에 특화된 ‘후후’를 서비스 중이고 LG유플러스는 2013년부터 ‘유와(UWA)’를 운영하고 있다. 3사는 ‘조인(Joyn)’ 등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전략이 실패하자 통화플랫폼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통전문업체 움직임도 흥미롭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3월 미국 무료 영상통화 앱 업체 ‘탱고(Tango)’를 2억1500만달러에 인수했다. 텐센트가 2011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중국에서만 5억5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일본 라쿠텐은 지난해 2월 무료통화와 메신저가 가능한 ‘바이버’를 9억달러에 인수했다. 메신저 서비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이들 앱은 통화기능을 갖춰 통화플랫폼 역할까지 넘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가입자 8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무려 220억달러(25조원)에 인수했다. 와츠앱은 올해 초부터 통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메신저서비스 카카오톡은 지난 6월 영상통화가 가능한 ‘페이스톡’을 선보였다. 기존 보이스톡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다. 네이버 라인은 2013년 9월부터 영상통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메신저서비스 행아웃에서 ‘다이얼러’라는 무료통화 기능을 제공 중이다.
이들이 모바일 통신플랫폼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은 ‘모바일 유통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화 및 메신저’ 서비스 길목을 점령, 다른 서비스 유통경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텐센트는 위챗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시스템 ‘위챗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라쿠텐은 바이버를 게임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게임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고 카카오페이, 카카오TV, 카카오택시 등 새로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메신저 서비스 플랫폼은 인터넷 및 SNS 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마지막 남은 통화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는지에 따라 모바일 유통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