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지치고 피곤한 여름나기 방식으로 보양식을 떠올린다. 다양한 보양식이 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닭고기에 대해 알아보자.
닭고기를 이용한 가장 보편적인 음식인 삼계탕은 어린 닭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물을 부어 푹 끓인 음식으로 과거에는 계삼탕이라고 했다. 연계(軟鷄, 영계)를 백숙으로 푹 곤 것을 ‘영계백숙’이라 했는데, 여기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삼계탕으로 부른다.
삼계탕 외에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추천할 만한 닭 음식이 많다.
임자(깨)를 넣어 끓인 임자수탕도 복날 음식 중 하나다. 닭을 푹 삶아 건져 살은 뜯어 놓고 닭 육수는 기름기를 걷어내서 차게 식힌다. 흰깨를 볶아 넣어서 곱게 가는데, 이때 닭 국물을 붓고 갈아 체에 거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대접에 닭고기와 고명을 두루 얹고 깻국을 부어서 낸다. 맛도 좋고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하다.
그리고 ‘초교탕’은 궁중에서 즐기던 닭 음식이다. 삶은 닭고기를 가늘게 가르고 도라지, 표고, 미나리 등을 합해 밀가루와 달걀을 풀어 한 수저씩 끓는 장국에 떠 넣어 끓인 탕이다. 비슷한 이름의 닭요리로 ‘초계탕’이 있는데 이는 닭을 토막 내어 끓이다가 오이, 석이, 표고, 목이 등을 골패형으로 썰어 볶아 넣고 달걀지단을 올린 탕이다. 요즘은 닭으로 맵게 끓인 국을 육개장에 비유해 ‘닭개장’이라고 하는데, 주로 여름철에 많이 먹는다.
이렇게 닭고기는 과거부터 우리 조상들과 매우 가까운 식재료였다. 중국인이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마한에 긴 꼬리 닭이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 닭 사육 역사는 2000여 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생 닭고기 일반성분은 단백질 20.7%, 지방 4.8%, 무기질 1.3% 정도며, 칼로리는 100g당 173kcal이다. 닭고기는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칼로리는 날개가 204kcal로 높지만, 가슴살(101kcal), 다리살(104kcal) 등은 삼겹살(210kcal), 쇠고기 등심(224kcal)보다 낮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지방은 주로 껍질에 분포해 이를 제거하면 과다한 지방 섭취를 피할 수 있다.
닭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특히 닭 가슴살은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22.9%로 월등히 높아 체중조절에 신경 쓰는 운동선수나 여성에게 필수 건강식으로 이용된다. 함유황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간 해독작용, 콜레스테롤 합성 또는 분해, 지방간 예방, 항동맥경화, 정력 감퇴를 예방한다. 닭 날개 부위에 풍부한 콜라겐은 피부 탄력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피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육류 중 가장 높다.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 중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함유돼 있어 암, 동맥경화, 심장병 예방을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특히 닭가슴살에는 피로 해소 물질인 이미다졸디펩티드가 100g당 약 200㎎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해진 여름철에 더욱 효과적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무엇보다 닭고기가 강자라고 추천하지만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오히려 한 여름 더위로 소화 기능이 약해 질 우려가 있을 때는 고단백 고기류보다 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보신을 더함과 빼줌의 양 측면에서 다 생각해 준 조상의 지혜가 놀랍다. 죽으로는 콩과 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만든 콩죽을 제일로 삼았는데 이 또한 콩 속의 식물성 단백질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뜨거운 여름철 보양식의 진정한 강자는 다름 아닌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양식을 선택하는 것이리라.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