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TV, 정수기 등 주요 가전 한국 판매를 예고, 중국발 유통시장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소형 가전과 액세서리를 국내에 판매해온 샤오미는 강점이 있는 스마트폰 보다 먼저 TV와 정수기를 국내에 내놓는다. 국내 가전 대기업과 직접 경쟁할 품목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통신사 연계, 지식재산권 문제 등 해외 진출에 제한이 많다. 이 때문에 액세서리·소형가전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후 본격적인 대형가전과 정보가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전과 스마트폰 강국인 한국에서 샤오미가 일정한 시장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진출이 가시화한다. 한국 시장은 샤오미산 가전과 정보가전 유통 전략 테스트 베드인 셈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샤오미가 국내에 영업망 구축이 아닌 유통업체를 통해 진출한 것은 당분간 시장 분위기를 타진하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주요 가전 격전지인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 향후 시장이 확인되면 TV 정수기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전선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미 TV와 정수기의 국내 성패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샤오미가 내세우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분명히 매력이다. 샤오미는 이전 중국 가전사가 저가 보급형 판매에 주력한 것과 달리 국내 유력 업체와 유사한 스펙으로 국내에 진입한다. 가격은 국내 절반 수준이다.
최근 해외 직구족 증가 등 가격에 민감한 국내 소비계층이 늘고 있는 것은 기회요인이다. 최근 중소제품에서 샤오미 성공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관측도 있다. 주요 유통 사업자들도 국적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제조자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초기 온라인 판매에서 점유율이 어느 수준 확인되면 공세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한국시장 성공은 북미나 유럽, 다른 아시아권 판매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 TV·가전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마케팅 자원을 집중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샤오미 행보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TV는 소형 가전이나 액세서리와 달리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핵심 아이템이다. 이미 두 회사가 아성을 구축했다. 국내 판매 TV의 95% 이상이 삼성·LG 제품이다. 일본 소니와 유럽의 필립스까지 국내 TV시장에서 철수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이나 일본 못지않은 ‘외산의 무덤’이다. 정수기에서도 코웨이가 앞선 기술력과 최고 판매·유지보수 조직을 갖고 있다. 샤오미가 국내 대기업이 갖춘 설치와 유지보수, 사후관리 강점을 단기간 내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이 아닌 TV에서만큼은 중국 내에서도 TCL, 창홍, 스카워스 등에 뒤처진 후발 제조사다.
삼성·LG가 큰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중소 제조업체에는 분명한 위협이다. 동부대우 등 국내 중소 가전제조업체 다수는 샤오미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고, 제품도 중국산보다 싸게 만들기 어렵다. 침체된 내수 가전시장에 중국 업계 도전마저 거세진다면 국내 중소 세트업체는 설자리가 좁아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오미발 ‘대륙의 공세’ 강도에 따라 국내 시장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진단했다.
샤오미는 지난 연말부터 국내에 보조배터리와 케이스, 셀카봉, 공기청장기, 체중계, 미밴드(일종의 스마트워치), 액션캠, 스마트 램프, 인터넷공유기, 아이피카메라, USB선풍기 등을 판매해왔다. 조만간 TV와 정수기, 가습기까지 판매 제품군을 늘린다. 온라인 상거래(오픈마켓, 소셜커머스)를 넘어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유통채널을 확대해 가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