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은 단말기, 유무선 통신네트워크, 컴퓨팅, 소프트웨어 등의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상호 보완, 융합하며 동반 성장해왔다. 최근 무선 트래픽이 급증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등 ICT 중심 새로운 비즈니스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환경에 적합한 ‘개방형(Open)’ 네트워크 모델이 요구되는 이유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는 특정 제조업체 하드웨어 중심으로 주요 기능이 포함돼 있어 ‘장비가 곧 기능’이 되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다. SDN은 전송기능의 하드웨어와 연산, 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로 분리된다. 기술적으로는 개방형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연동·응용해 효율성 높고 최적화된 IT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ICT인프라 환경이 개방적이고 유연한 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기업도 변하고 있다. IT환경 변화주기가 짧아졌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화됐다. 모바일 환경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는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의 소프트웨어 소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에 더 좋은 품질의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고 지속적으로 개발하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역량은 민첩성과 유연성에 기초하며 ‘데브옵스(DevOps, 개발운영)형’ 업무체계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구현되고 있다. 데브옵스형 업무체계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개발담당자와 운영담당자가 연계, 협력하는 실행 방법론이다.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고 소프트웨어 중심 최적화된 네트워크 인프라를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SDN 속성과 부합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월 발표된 한국CA테크놀로지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데브옵스 전략을 채택해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 출시기간을 단축하는 등 비즈니스 혜택을 얻고 있는 기업이 81%에 이르렀다. 데브옵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된 업무 환경에서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하고 실적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단순 제품에 불과했던 소프트웨어 가치와 역할은 IT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핵심요인으로 변화됐다. 결국 ‘소프트웨어’는 기업 지속가능 성장의 중심이자 경쟁력이다. 데브옵스형 업무체계는 그 실행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는 SDN 분야 자사 솔루션 API를 개방해 개발자 또는 운영자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자사 제품 의존도가 낮아지더라도 혁신적 ICT 중심에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 소비자 환경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시스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해온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소프트웨어 영역으로의 진출을 선언하며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ALL IP’ 기반 디지털 시대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 중심으로 크게 변하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 줄 혁신 원동력이자 생존 문제가 소프트웨어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방증이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IT업계도 예전 같지 않은 불황에 놓이며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찾기 시작했다.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인 만큼, 신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업계자생력 강화, 소프트웨어 전문인재 양성 등 다각적 부문에 대한 지원이 집중돼야 할 시점이다.
정부 주도 아래 ‘SW제값주기’ ‘SW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등 건강한 소프트웨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올바르게 확산·정착되고 지속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업계 자생력이 확보되고 기업의 적극적 연구개발 활동 또한 보장돼 한국대표 IT공룡 기업 탄생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윤상화 에스넷시스템 대표 swyoon@snetsystem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