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을 달려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를 거쳐 도착한 곳은 우리 영토의 상징이자 자연의 보고인 독도였다.
아홉시간 여정 끝에 지난 8일 오전 배가 독도항에 닿을 때 쯤 독도는 웅장한 바위산 그대로 광복 70년을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고 있었다. 첫 시선을 사로잡은 건 수십 개 태극기 사이로 방문단을 맞이한 경비대원이었다.
경비대원 안내로 섬 중앙에 올랐을 때 독도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태양광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초 도서지역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 설비였다.
지난 2009년 한국전기공사협회가 3000여 회원사로부터 30억원 펀드를 조성해 2010년 6월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했다. 당시 용어조차도 생소했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에 100% 국산 제품과 기술력으로 전기공사협회가 시공까지 직접 마쳤다. 독도가 에너지 독립섬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육지와 200㎞가량 떨어진 지리적 특성과 각종 설비비와 공사비를 따지면 사업성은 따질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영토 끝 독도를 밝힌다는 상징적 의미는 충분했다.
협회 일행과 함께 10분가량 나무 계단을 올라 독도 정상에 오르자 독도 경비대 유류저장고(30㎾), 발전기실(10㎾), 등대옥상(15㎾)에 총 발전용량 55㎾ 규모 태양광발전소가 각각 나눠 설치돼 있었다.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발전기실과 등대 부근에 각각 설치된 ESS(588㎾h, 220㎾h)에 저장됐다가 경비대시설물과 등대 등에 전기를 공급한다. 이전에는 디젤발전기에 의존해 왔으나 태양광발전설비 가동으로 대기오염이나 폐기물 발생은 물론이고 기계적 진동과 소음이 줄었다. 천연기념물 독도의 청정 자연과도 어울렸다. ESS는 자연환경에 해가 될 수 있는 납(Pb)축전지 대신 니켈-수소(Ni-MH)전지를 썼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었다. 협회가 구축한 태양광발전소는 경북지방경찰청과 포항해양수산청에 각각 기탁돼 운영 중이다. 설치 당시 태양광발전설비는 독도 내 총 전력사용량 40% 내외를 감당했지만 지금은 전체 전력소비 약 20%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기상관측설비와 방송·통신 등 각종 고부하 설비가 늘어난데다 경비대원이 50일 마다 교체됨에 따라 꾸준한 유지보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염해로 태양광 패널이나 인버터 등 주요 부품 고장이 잦고 독도 내 갈매기가 늘면서 태양광모듈에 배설물 오염도 심해졌다. 발전효율이 떨어진 이유다.
김오찬 독도경비대장은 “태양광발전설비로 소음 등 독도 자연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괭이갈매기가 크게 늘었지만 갈매기 배설물도 늘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꾸준한 성능 발휘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차례만이라도 전문 기술 인력이 와 유지보수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독도 태양광발전소 준공 5주년 행사를 마련한 장철호 전기공사협회장은 “우리 전기인 손으로 독도에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한 것은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에너지 독립섬을 먼저 실현해 보인 것”이라며 “온 국민과 함께 독도를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기공사협회는 이날 독도경비 근무환경을 개선을 위해 경비대 막사 노후 조명설비와 경비대 외곽 투광기를 최신 LED 조명설비로 교체했다.
독도=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