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업계가 지식재산권(IP) 싹쓸이에 나섰다. 지난 연말부터 한국과 일본 등에서 게임 관련 IP를 10여종 인수하거나 개발 계약을 맺었다. 한·중·일 3국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등장했다는 낙관론과 함께 중국에 퍼주다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론도 부상했다.
10일 앱애니 등에 따르면 중국 샨다게임즈가 ‘미르의 전설2’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게임 ‘열혈전기’가 중국 내 매출 2위,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출시 직후 매출 상위 5~6위권(애플 앱스토어 기준)에서 시작해 주말을 거치며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위메이드 등 ‘미르의 전설2’ 판권을 가진 국내 업체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한국 IP를 활용한 중국산 모바일게임은 ‘뮤 온라인’을 모바일로 옮긴 ‘전민기적’이 원조다.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3위에 위치한 이 게임(한국 서비스명 ‘뮤오리진’)은 중국개발사(천마시공)와 퍼블리셔(킹넷)가 만들었다. 올 상반기 기준 중국에서만 월 평균 매출 300억원을 올렸다.
중국의 한국 IP 수집은 게임을 넘어 원작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중국 룽투게임즈는 6월 만화 ‘열혈강호’ 모바일게임 글로벌 판권을 획득했다.
룽투게임즈는 ‘열혈강호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착수해 내년 초 중화권 서비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까지 추진한다. 중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기 IP인 만큼 원작을 살려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 웹게임사 37게임즈는 8월 약 740억원을 들여 일본 게임사 SNK플레이모어를 인수했다. SNK플레이모어는 ‘메탈슬러그’ ‘킹오브파이터즈’ ‘사무라이스피리츠’ 등 유명 게임 IP를 보유했다. 37게임즈는 이들 IP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CMGE, 추콩 등 중국 유력 퍼블리셔들은 최근 열린 게임쇼 ‘차이나조이2015’에서 일본 인기 애니매이션 ‘나루토’ ‘명탐정코난’ ‘원피스’ 등을 소재로 한 각종 게임을 선보였다.
행사에 참가한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정식으로 IP를 확보한 게임이 등장하며 퀄리티 또한 이전보다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게임 IP 수집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중국 게임시장이 팽창하며 양질의 IP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에는 중국으로 간접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존 IP를 활용한 비즈니스 외에 새로운 IP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이 교수는 “있는 IP를 파는 것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나 한계 또한 분명하다”며 “업계 차원에서 신규 IP를 계속 만들어내는 등 강력한 자구 노력이 병행되어야 국내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