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카카오 기능을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한다. 향후 사업권 확보를 노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카카오톡으로 서비스할 방침이다. 카카오톡을 다음카카오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17일 뱅크월렛카카오를 포함해 인터넷뱅킹 서비스도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일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모바일 지갑 서비스다. 은행에 예치한 금액을 기준으로 간편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지난 7월까지 가입자 88만명, 송금액 132억원, 결제액 27억원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가 450만명이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도 낮은 이용률이다. 별도 앱을 깔아야하는 불편과 50만원이란 상대적으로 낮은 충전한도가 걸림돌로 지적됐다. 다음카카오 제휴 국내은행 17곳과 우체국은 내주까지 한도 상향과 카카오톡에 통합해 제공하도록 약관 개정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인가되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서비스할 방침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중심으로 신용거래와 대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금융과 콘텐츠 소비의 중심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합병 이후 별도 앱을 활용해 서비스하던 전략과는 다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 ‘잽(ZAP)’ ‘카카오페이지’ ‘카카오 스타일’ ‘카카오 택시’ 등 여러 서비스를 단독 앱으로 내놨다. 카카오택시를 제외하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분기 실적이 주춤한 것도 이 같은 전략에 힘을 실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3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분기 대비 줄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게임하기 매출도 전분기 대비 23%나 줄었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신사업 개척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카카오톡이 가진 가입자 기반을 활용한 사업 전력이 그만큼 절실해졌다.
지난달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카카오톡에 콘텐츠 서비스인 채널 서비스와 카카오TV를 얹었다. 대화나 콘텐츠에서 원하는 검색 결과를 찾는 샵검색도 추가했다. 콘텐츠와 뱅킹 서비스를 모두 카카오톡에 몰아넣은 셈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당초 카카오톡은 메신저이자 생활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최근 카카오톡 중심으로 서비스 개편도 이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 모바일 서비스 전략이 카카오톡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메신저 고유 역할이 퇴색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KDB대우증권은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인터넷 룰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택시, 카카오 채널, 샵검색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인터넷 포털 서비스가 흡수된 모습”이라며 “이런 서비스가 2015년과 2016년에 우리의 삶을 또 한 번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내놨지만 카카오채널, 카카오 오더 등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