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발주 감감무소식…장관 보고도 못해

국민안전처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시범사업 착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전규격을 공고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아직 정식 발주를 위한 장관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2월 사업 완료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데다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근본적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재난망 발주 감감무소식…장관 보고도 못해

17일 국민안전처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지난 3일까지 접수한 업계 의견을 중심으로 최종 제안요청서(RFP)를 작성 중이다. 사전규격이 공개된 이후 1지역(평창)과 2지역(강릉·정선)에 각각 54개, 27개 회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전체 의견은 240여 가지에 이른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 삼성전자 등 대기업까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분야별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기본적 요구부터 상용망 연동 문제, 비용과 기간 등 전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안전처는 업계 불만이 잇따르자 이를 조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심진홍 국민안전처 재난정보통신과장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의견 가운데 수용 가능한 것도 있지만 다른 망 연계 테스트 등 일부 요구는 수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사업 기간이 짧다는 주장에는 기간을 연장할지 기존 방안대로 6개월간 추진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만간 장관 보고에 나설 계획이지만 정확한 발주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게 안전처 판단이다. 보고 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중대한 사업인 만큼 조달청도 쉽게 발주를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청은 소비자 물가와 업계 견적, 과거 제품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적정성을 판단한 후 조달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원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안전처의 조달 의뢰 이후 2~3일이면 RFP가 공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었다”며 “하지만 워낙 민감하고 복잡한 사업이기 때문에 조달청 내부에서도 최종 공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RFP 공지 시점을 이달 말로 가정하면 공지 기간(30일), 업체 선정 기간 등을 고려한 사업 착수 시점은 10월 중순이다. 안전처 계획대로 6개월간 시범사업을 추진하면 마무리 시점은 내년 4월 이후다. 시범사업 완료가 늦어지면 내년에 추진될 본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은 이미 실현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안전처는 사업 완료 시점을 연기하든지 아니면 한두 달 일정을 줄여야 하는데 기간이 줄어들면 사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재난망 시범사업 발주 시점은 지난 1월이었다. 안전처는 3월 정보전략계획(ISP) 완료 이전에 사업을 발주해 연말까지 시범사업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예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비 전면 재검토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업계 불만까지 더해지자 발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통령 약속으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한 사업에 각계가 지나치게 경제성을 강조한 게 첫 삽조차 뜨지 못하게 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재난망 시범사업 추진 일지(자료=업계 종합)>


재난망 시범사업 추진 일지(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