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감사원은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한 국립대 교수를 대상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참여 연구원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서울대를 비롯해 국립대학 교수의 국가 R&D과제 연구비 횡령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 국립대 모 교수는 모두 23개의 R&D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휴학·졸업 등으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11명을 참여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는 등 총 48명 참여연구원으로부터 인건비가 들어오는 통장을 제출받아 개인 통장처럼 자신이 관리하고 상당액을 횡령했다. 연구비 관리를 대학과 관련이 없는 사촌동생에게 맡기거나 군 복무 중인 아들을 참여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해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교수도 있다.
국민 세금을 투입해 시행하는 것이 국가 R&D다. 그만큼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다. 일부 참여자의 도덕적 해이와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탓에 국가 R&D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R&D 비용 횡령은 세금 누수뿐 아니라 양심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다른 연구자의 사기를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정부는 17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R&D비 관리를 강화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관, 단체 또는 연구책임자 등이 연구개발비 가운데 학생 인건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때에 5년 동안 국가R&D사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했다.
이번 대책이 국가 R&D 예산 횡령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가 그동안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틈을 비집고 횡령은 계속 이뤄졌다. 결국 연구자의 도덕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소중한 예산을 국가의 미래를 위해 대규모로 R&D에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