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비트코인 전문가들이 향후 통화량 증가에 대비해 현 시스템을 향상시킨 새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업계가 난색을 표하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최근 비트코인 업계 두 개발자가 새로운 버전의 비트코인인 ‘포크(fork)’를 발표하면서 업계에서 내전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세계에서 오가는 모든 거래를 주기적으로 측정한다.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전체 거래 데이터베이스(DB)를 담는 메모리 양이 많아진다. 비트코인파운데이션은 기존 시스템 가동 방식을 변형하지 않은 ‘비트코인 코어(Core)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비트코인 코어는 매 10분마다 거래를 그룹화해 블록 사이즈로 만든다. 최대 1메가바이트(mb) 크기 블록까지 지원한다.
포크는 기존 비트코인 네트워크 기반 코드를 분할해 시간당 더 많은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명 ‘비트코인XT(Bitcoin XT)’라고 불린다. 포크는 8배 많은 8mb까지 집단화할 수 있다. DB 구축·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포크는 마이크 헌과 가빈 안데르센이 제작했다. 이 둘은 비트코인 프로젝트에 소속된 개발자 중 최상위 수석급이자, 비영리 단체 비트코인파운데이션(Bitcoin Foundation) 일원이다.
마이크 헌 개발자는 포크가 비트코인 시장 내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주장한다. 마이크 헌 개발자는 “유감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며 “포크는 이를 고칠 유일한 길이고,가상 통화 지속 성장을 위해선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통화 시스템으로는 2017년까지밖에 쓰지 못할 것”이라며 “이 한계를 없애거나 완전히 전체를 수정해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업계에선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몇몇은 포크가 간단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라이트닝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등 제반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는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제안했던 사토시 나카모토 시스템을 변형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예 새로운 형태 가상 통화를 만들거나 비트코인 기술을 활용한 ‘대안 코인(alt coin)’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한사람은 비트코인 커뮤니티 ‘비트코인-데브(Bitcoin-dev)’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나는 비트코인을 만들 때 업계에서 거의 만장일치의 동의 없인 이를 수정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며 “포크를 이런 식으로 개발한 개발자들은 결국 ‘원래 비트코인’ 명예를 져버린 것”이라고 서술했다.
이에 마이크 헌 개발자는 “나카모토가 아닐 것”이라며 “만약 그가 다시 돌아와 조언하는 것이었다면 왜 모두가 결국은 피해를 입을 길을 선택하느냐”고 되물었다.
최종 결정은 비트코인파운데이션 내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가디언은 결정이 이뤄지든 그렇지 않든 업계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 시나리오는 두 비트코인 간 논쟁이 장기화돼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버전 비트코인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