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의 어두운 면을 집중 연구하는 세계적 연구소를 만들겠다.”
김범수 바른ICT연구소장 겸 연세대 정보대학원 부원장은 19일 세계적 ICT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가 이제는 ICT 부작용에도 눈길을 돌릴 때가 됐다면 이 같이 말했다.
연세대와 SK텔레콤이 공동으로 지난 4월 말 개소한 바른ICT연구소는 이달 중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정보격차 해소, ICT 중독·과소비 치유, 개인정보보호 3대 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ICT 부작용’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사회공헌에 힘쓰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닻을 올렸다.
김 소장은 그 동안 국내에 흩어진 전공자를 찾아 연구진으로 위촉하는 등 연구소 체계를 갖추는 데 힘썼다. 20여명의 교수를 포함해 연구진 50여명의 어엿한 연구소가 꾸려졌다.
김 소장은 “ICT의 어두운 면은 매출이나 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가 많지 않다”며 “기회가 없어 연구를 미룬 전공자를 찾아 연구진으로 모시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이 먼저 나서서 ICT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는 기초연구를 하자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보통은 연구자가 기업을 쫓아다녀도 될까말까한 일인데 대기업이 먼저 나선 것이 의외였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빠르기보다 바른’ ICT를 추구해야 한다며 바른ICT연구소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취지에 맞게 모바일 기기가 고령자 복지에 미치는 영향, 과도한 정보제공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피로도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김 소장은 “ICT의 어두운 면을 연구하는 것은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지만 국내 ICT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ICT 제품은 단순히 성능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테스트를 마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국내 장비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우선 올해 연구자 개인별 과제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여러 연구자가 모인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들 계획이다. 해외 석학을 초빙해 세미나를 하는 등 국제적 정보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옥스포드 인터넷연구소, 하버드대 버크먼 센터 등 이 분야 세계적 연구소와 협력관계도 맺기로 했다. 연구소에서 생산한 연구논문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쳐쓴 대중 책자도 매년 발간할 방침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가진 나라다 보니 우리 연구결과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외 관련 기관과 연구자 등 ICT 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교류의 장을 만드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