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자리한 LS산전 청주사업장은 국내서 가장 앞선 스마트공장으로 꼽힌다. 공정 자동화는 기본이고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물류 등 제조 전 단계를 실시간으로 연동했다. 공장 생산설비 운영 최적화를 위해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에너지 효율성까지 높였다. 제품 1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18초에서 10.8초로 빨라졌다. 생산수율은 99.9903%, 에너지 절감률은 60%에 달한다.
#정밀 전자부품 핵심소재인 세라믹과 쿼츠 등을 가공 생산하는 에이엔텍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생산관리시스템(MES) 등을 제조현장에 도입했다. 생산정보 수집과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납기 20% 단축, 원가 15% 절감, 설비 가동률 45% 증가 등 효과를 봤다. 기초적 단계 정보화 기술이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공장으로 한걸음 내디딘 셈이다. 현재 머시닝센터(MCT) 등 일부 장비에 적용했지만 앞으로 원자재 입고부터 출하까지 사업 전 과정으로 적용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제조업에 새 숨결을 불어넣을 혁신 주역으로 ‘스마트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가상물리시스템(CPS) 등 ICT 신산업과 제조업이 만나 똑똑한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진화를 거듭하기 위한 노력이다. 기업 스스로 생존은 물론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 고도화를 통한 고임금·고령화 구조대응, 고부가 생산성 향상 등 사회·경제적 가치를 위해서도 스마트공장을 향한 점진적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다.
스마트공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정부 정책에서는 제품 기획·설계와 생산, 유통, 판매 등 전(全) 과정을 IT로 통합해 최소 비용·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한다. IoT와 CPS 등을 기반으로 제조 전단계가 자동화·정보화되고 가치사슬 전체가 하나의 공장처럼 실시간 연동되는 체계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독일 지멘스 암벡공장과 같이 미래 기술을 총 집약해 초고도화된 공장뿐만 아니라 업종별·공장 수준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6만개에 달하는 10인 이상 등록 사업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초 단계나 그 수준에 못 미치는 공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스마트공장 확산 정책의 주된 목표 중 하나다.
◇정부, 1만개 스마트공장 추진…삼성 등 대기업 연계지원도 기대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조업 혁신 3.0’ 일환으로 한국형 스마트공장 기술개발과 모델 공장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20년까지 1만개 공장을 스마트화할 계획이다.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약 300개사에 자동화 설비와 IT솔루션 등을 지원해 품질개선 33%, 비용절감 23%, 납기단축 20% 핵심지표 성과를 기록했다. 생산품목수 증가, 시제품 제작기간 단축, 매출 증가 등 효과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공장 IT 활용 정도와 역량에 따라 기초와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단계 수준으로 크게 구분해 중소·중견기업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에 집중했다.
삼성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올해 경북지역에 100개, 2017년까지 총 400개 스마트공장 육성을 목표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소재·부품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는 핵심 협력사가 스마트공장화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경쟁력, 납기 안정성 등을 강화하면 전방산업인 스마트폰과 TV 등 완제품 경쟁력 향상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LG, 두산, 효성, 포스코, LS산전 등 주요 업종별 대기업도 2차·3차 협력사 스마트화와 가치사슬 내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업종 연계 보급에 나선다.
대기업 연계가 미약한 뿌리 기업 등은 대기업 동반기금 활동과 정부사업 등으로 컨설팅, 설비, 솔루션을 지원해 개별 기업별로 보급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만드는 기술개발·표준화도 관건
스마트공장을 구성하는 요소기술은 크게 현장 작업자가 직접 접하는 애플리케이션단과 각종 스마트센서, 자동화 기기 등으로 이뤄진 디바이스 분야, 애플리케이션과 디바이스를 이어주는 플랫폼 기술로 나뉜다. 각 분야에는 ERP, MES 등 기존 정보화 기술부터 CPS,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와 같이 최근 부각되는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기술이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스마트공장 관련 주요 핵심 요소제품 기술 수준은 글로벌 기업 대비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네트워크와 프로그램로직컨트롤러(PLC)가 그나마 각각 90%, 80% 수준에 있고 CAD와 센서, 전자태그(RFID) 등은 각각 20%, 30%, 40% 수준에 불과하다. 스마트공장 구축과 함께 관련 기술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는 올해 스마트공장 구축과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최근 공청회를 갖는 등 기반 마련에 돌입했다. 외산 솔루션에 의한 기술 종속을 막고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도화 단계 기술개발도 진행하지만 우선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에 집중해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누구나 쉽게 참조할 수 있는 모델공장을 민·관 공동으로 구축해 업계 전반으로 스마트공장 표준 솔루션 확산도 도모한다.
이규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임베디드SW PD는 “아주 고도화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더라도 사용하는 기술과 솔루션이 외산이면 해외 선도 업체에 한 두 단계 이상 뒤떨어질 수밖에 없고 비용 문제와 핵심 제품 노하우 유출 우려도 적지 않다”며 “업계 의견과 현장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정책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