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시장서 다시 격돌하는 인텔 vs 삼성전자

인텔이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선보이며 31년 만에 D램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 정식으로 D램을 제조하는 게 아니라 D램과 낸드를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로 서버용 D램 시장부터 공략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DDR4 이후 새로운 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인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1·2위 간 기술 경쟁이 눈길을 끈다.

인텔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 2015 둘째 날인 19일(현지시각) 3D크로스포인트를 적용한 제품 전략을 일부 공개했다.

인텔은 상세한 제품 스펙이나 출시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신기술을 처음 발표한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 제기된 가격과 성능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SSD뿐만 아니라 서버용 듀얼 인라인 메모리 모듈(DIMM) 출시를 예고해 낸드플래시와 D램 시장에 모두 영향을 끼칠 것을 예고했다.

다이앤 브라이언트 인텔 데이터센터그룹 수석부사장 겸 총괄매니저는 “3D크로스포인트 기반 서버 DIMM은 메인 메모리에 처음으로 비휘발성 메모리를 사용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서버용 메모리 변화의 첫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서버 D램을 SSD가 일정 부분 대체하는 셈이어서 기존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인텔간 영역 다툼이 불가피하다. 서버 D램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기존 서버 설계를 바꿔 최대한 대체 영역을 끌어낸다는 게 인텔 전략이다.

◇인텔 D램 재도전 전략은 ‘서버 D램 변화’

인텔은 마이크론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3D크로스포인트를 발표한 데 이어 IDF 2015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IM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3D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SSD 브랜드 ‘옵테인(Optane)’을 발표했다.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데이터 접근 속도가 1000배 빠르고 내구성도 1000배 높다고 인텔 측은 설명했다. 집적도는 D램보다 10배 이상 높다. 인텔 SSD DC P3700 시리즈와 옵테인 SSD 프로토타입의 성능을 실시간 비교했다. DC P3700 시리즈의 IOPS가 8만4900일 때 옵테인 프로토타입은 46만1800IOPS를 기록했다. 옵테인 SSD가 5~7배 데이터 처리량이 많다는 설명이다.

인텔은 3D크로스포인트 기반 서버용 DIMM도 선보일 계획이다. DIMM은 여러 D램 칩을 기판 위에 집적한 메모리 모듈이다. 높은 데이터 처리 성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에 쓰인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저장용량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어 대용량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고성능 컴퓨팅 등을 비롯해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등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시장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국내 반도체 업계는 3D크로스포인트 기술 기반 칩이 기존 낸드플래시 시장 위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텔이 서버용 DIMM 개발을 발표함에 따라 D램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IDF 현장에서 만난 국내 반도체 기업 한 관계자는 “인텔이 3D크로스포인트 기술 기반 SSD를 시연했지만 실제 환경에서 그만큼 성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며 “실제 제품이 출시돼야 시장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지, 경쟁사에 얼마나 타격을 입힐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DR4 이후 차세대 D램 개발에 속도

D램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를 이을 차세대 D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에 등장할 메모리는 그래픽과 고성능컴퓨팅(HPC)용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와이어본딩으로 칩을 쌓는 전통 적층 방식이 아니라 D램에 미세하게 수백개 구멍을 뚫고 전도체로 채워 칩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일부 생산을 했지만 내년 초부터 정식 양산을 시작한다.

IDF에서 메모리 기술을 주제로 발표한 윤하룡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수석 엔지니어는 “그래픽과 HPC용 HBM을 내년 초부터 양산한다”며 “2017년에는 네트워크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BM이 중앙 메모리와 CPU 캐시메모리 간 성능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면 중앙 메모리와 저장장치 간 간극을 줄이는 역할은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와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이다. NVDIMM은 NVIDIMM-P 타입이 JEDEC 표준으로 채택됐다.

SCM은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각각 보완하기 위해 지연 시간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따라 세부 종류가 다르다. 기존 D램을 유지하되 새로운 칩을 개발해 D램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STT-M램, P램, Re램 등 기존 D램을 대체하는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기술 성숙도, 비용, 적용 시장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샌프란시스코(미국)=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