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혼다·포르셰·BMW·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유명 자동차 업체와 중앙정보디스플레이(CID·Center Information Display)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대형 자동차 업체와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일본·대만 업체가 주도해온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CID 양산에 들어갔다. CID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하는 중앙 모니터로, 내비게이션·오디오 등의 기능을 터치 센서가 적용된 패널로 구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양산에 들어간 제품은 일본 혼다향이다. 패널 크기는 7인치대로, 가로와 세로 크기가 184×103㎜다. 이어 포르셰향 제품도 9월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간다. 이 제품은 12인치대로, 291×110㎜ 크기다. 포르셰향 CID는 6개월간 시험 생산을 거친 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양산할 방침이다. LG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내비게이션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사례는 있으나 CID 공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LG전자는 BMW·메르세데스-벤츠·GM과도 올 연말부터 CID 개발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 콘셉트 샘플 제작은 완료했으며, 제품 검증·테스트·설계 작업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고급형 CID 제품 공급권을 대거 확보하면서 최근 베트남 하이퐁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큰 폭의 추가 확충 계획이 수립됐다.
CID 핵심 부품인 패널은 LG디스플레이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한 액정표시장치(LCD)가 적용된다. 시인성이 높은 풀HD 인플레인스위칭(IPS) LCD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받아 베트남 공장에서 추가 구동 모듈을 붙여 모듈화해 완성차 업계에 공급한다.
LG전자가 기존 중국 자동차 부품 공장을 활용하지 않고 베트남에서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현지 인건비가 중국 보다 저렴하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일본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출하량 기준으로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절반에 가까운 44% 점유율을 차지했고, 우리나라 업체로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12%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독일 유명 자동차 업체와 기술협력 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LG가 대거 물량을 확보한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며 “특히 CID는 일반 대형TV 디스플레이보다 단가가 높아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고객사 계약과 관련된 사항을 일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44억달러 시장을 형성했던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오는 2019년에는 6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