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글로벌 창업 메카로 간주되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한국 핀테크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 환경이 핀테크 산업 및 시장을 겨냥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500스타트업(500Startups), 알토스벤처 등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투자사가 우리나라 핀테크 벤처기업에 잇따라 투자했다. 핀테크 사업이 금융시장에 기반을 둔 미래 신사업인 만큼 단기간 저변확대를 꾀하고 투자 위험을 줄이고자 국내 금융자본과 공동 투자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나름 노하우다.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500스타트업은 제1 금융권과 연계한 개인 간 대출(P2P대출) 서비스 개발벤처기업인 피플펀드에 투자했다. 단독 투자가 아닌 국내 옐로금융그룹, 디쓰리쥬빌리와 15억원을 공동투자했다.
500스타트업은 신생 스타트업에 3억원 미만 자금을 투자하는 전문 벤처투자사다. 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이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 투자금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육성한다. 500스타트업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500스타트업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자본유치 이상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500스타트업은 한국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자 올해 초 160억원 규모 김치펀드를 조성했다. 피플펀드는 500스타트업 김치펀드의 투자를 받은 최초 기업이다.
팀 채 500스타트업코리아 대표는 “한국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20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60% 이상이 고금리 대출”이라고 분석하며 “피플펀드는 이 시장을 기존 금융권과 협업해 합리적 중금리 은행 대출로 전환하고자 하는 첫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제1 금융권이 인정한 신용평가 모형을 감안할 때 피플펀드는 부실관리 능력은 물론이고 여신시장을 혁신할 잠재력 있는 핀테크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기반 또 다른 벤처투자사 알토스벤처스는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와 렌딧에 투자했다. 회사는 간편송금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비바리퍼블리카에 지난해 8월 100만달러(약 11억9300만원)를 초기 투자한 데 이어 1년가량 지난 7월 KTB네트워크, IBK기업은행과 함께 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9개 시중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거래액은 100억원 이상이다.
알토스벤처스는 지난 5월 P2P 대출업체인 렌딧에도 15억원을 투자했으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놓고 렌딧 발전역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 금융산업에서 혁신을 수용할 만한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송금, P2P대출 등에서 좋은 핀테크 기업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국내 핀테크 기업을 추가 발굴해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창업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가 한국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과 함께 글로벌 투자유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리콘밸리발 투자에 기반을 두고 네트워킹 효과 등을 누리며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