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전자제품위탁(EMS) 기업 플렉스, “사물인터넷(IoT), 우리가 잡는다”

글로벌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업체 플렉스가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2위 EMS 기업 플렉스(Flex, 전 플렉트로닉스)가 최근 IoT기술이 대거 적용된 스마트 재킷 ‘스릴러 재킷(Thriller-type jacket)’을 선보였다고 블룸버그가 24일 보도했다. 이 재킷은 밝은 청색 빛깔의 가죽 재질로, 60개 이상 센서와 부품을 탑재했다. 카메라, 혈당모니터, 무선충전 등이 대표적이다.

지니 서전트 플렉스 혁신과 신생 벤처(innovation and new ventures) 부문 사장이 스마트 재킷 ‘스릴러 재킷(Thriller-type jacket)’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지니 서전트 플렉스 혁신과 신생 벤처(innovation and new ventures) 부문 사장이 스마트 재킷 ‘스릴러 재킷(Thriller-type jacket)’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이 회사는 PC와 프린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블랙베리 등 고객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만 폭스콘을 제조업체로 선택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연매출이 9%정도 하락했다. 작년 매출은 261억달러(약 31조2574억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체 4090억달러(489조8184억원) 규모 EMS 시장에서 이 회사 점유율은 8%에서 6.6%까지 떨어졌다.

스타트업이나 비IT기업에 IoT용 부품을 파는 것은 애플, 시스코 등 대형업체들과 거래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다. 이 대형 고객사들은 통상 EMS 업체 수익을 불과 2%내외로 잡기 때문이다.

지니 서전트 플렉스 혁신과 신생 벤처 부문 사장은 “이는 우리 회사가 IoT사업을 필수불가결하다고 설정한 이유 중 하나”라며 “산업계를 포함해 전체 업계가 지능형 연결 장치를 도입해야하지만 이 영역을 아는 업체는 드물다”고 말했다.

플렉스 제품 디자이너 2500여명은 현재 130여개의 IoT 관련 부품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업체들이 기존 제품에 쉽게 넣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비밀번호 대신 로그인 시 활용되는 초소형 망막 센서, 신발과 결합해 착용자의 운동에너지로 무선 충전이 되게 하는 모듈, 생체 신호를 추적하는 전자 타투용 부품 등이다.

고객사가 제품을 좀 더 쉽게 활용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돕기 위해 회사 측은 미국 내 연구개발(R&D) 연구소 23곳을 활용한다. 디자이너들이 공동 작업을 하거나 3차원(3D) 프린터 사용, 프로토타입 제작 등을 하게 한다. 플렉스는 최근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의 식량 제조 컨소시움 팜2050(Farm2050)과 협력해 작물 모니터링 센서를 개발 중이며 인텔과는 스마트 선반을 만들고 있다.

스타트업들에겐 밀피타스(Milpitas) 지역 시설에서 공간, 장비,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하고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밀피타스 시설은 건축에만 무려 5000달러를 투자해 지었다.

플렉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이안 캠벨 스타트업 넥스트인풋 공동창업자는 “플렉스가 비단 제조사가 아니라 혁신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컨설턴트 업체 찰리 반하트&어소시에이츠(Charlie Barnhart & Associates)의 에릭 미스콜 애널리스트는 “무인 농업 도구 제조사나 클라우드에 매일 정보를 전달하는 욕실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 등에겐 엔지니어링 비용을 줄이고 최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플렉스는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겠지만 적합한 파트너사를 찾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IoT 사업 매출이 PC와 스마트폰 사업의 하락세를 상쇄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포드, 존슨앤존슨, 핏빗 등 고객사와의 사업이 성장하고 있어 회사의 순수익률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2.2%, 내년 2.4%로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릭 미스콜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제조 업계의 성장에 대비해 더 빨리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사업의 의존도를 줄여 매출액의 절반 정도를 IoT에서 거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