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 - 김태우 기자] 지난 6월 10일 애플워치를 처음 손에 넣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정확히 사용한 지 75일이 되었는데요. 두 달 반가량의 기간 동안 주말 집에서 쉴 때를 제외하곤 제 손목엔 언제나 애플워치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접할 때 느끼는 설렘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금은 없으면 불편해질 만큼 익숙해진 애플워치. 두 달 넘게 사용하면서 머릿속에선 많은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이번에 그 생각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시작은 ‘시계’
시간을 보는 도구라면 굳이 손목시계가 아니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즉, 손목시계를 구매하는 이유가 시간 확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이죠. 요즘은 패션 아이템으로써의 역할이 더 큽니다. 그런 연유로 스마트워치는 기존 시계 업체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종종 하곤 했습니다. IT 업체가 시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긴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에 나온 스마트워치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능적으론 유용할지 몰라도 손목에 차고 싶은 제품은 여태껏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은 시계 산업과 IT 산업과의 교집합을 잘 이루어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해석까지 덧붙였습니다. 손목에 얹혀지기 전의 애플워치는 잘 만들어진 제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목에 둘린 애플워치를 보고 있노라면 사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옵니다. 게다가 시곗줄로 쉽게 자신만의 개성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시계 산업에서는 없던 부분입니다. 물론 시곗줄을 교체할 수는 있었지만,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죠.
사실 애플워치는 3가지 모델로 출시되긴 했지만, 소재만 다를 뿐 외형은 같습니다.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데,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순간 당황스럽고 어색해집니다.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어지죠. 특히 여성의 경우엔 이런 상황에 더 민감한데요. 애플워치도 이런 이유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쉽게 시곗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액세서리 업체가 개성 가득한 시곗줄을 내놓음으로써 같은 듯 다른 개성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시곗줄은 2세대, 3세대 애플워치가 나오더라도 호환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애플워치의 디자인도 변화를 줄 것입니다. 기존 시계 업체가 몇십 년에 걸쳐 구축한 제품의 다양성을 애플은 더 빨리 구축하게 되리라 봅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에도 있던 기능
업무상 미팅을 종종 하는 편입니다. 그럼 10에 9는 손목에 차고 있는 애플워치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폰만 연동되기에 당장 쓸 수 없음에도 여러 가지를 묻습니다.
질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기능입니다. 사실 애플워치 기능은 예전에 테스트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고, 알림 메시지를 보는 것이 가장 주된 기능입니다. 과거 스마트워치를 써보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손목에서 간단히 알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애플워치도 주된 활용성은 알림 메시지 수신입니다. 다만 기존에 사용했던 제품과 다른 점은 어떻게 이를 풀어낸 방식입니다.
알림 메시지가 수신되면 애플워치에서는 팔을 들어 시계 화면을 보면 됩니다. 그럼 화면이 켜지고, 알림 메시지를 정갈하게 띄워줍니다. 평상시 시계를 보듯 행동합니다. 다른 이의 눈에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쳐 확인하지 못한 알림 메시지는 화면 상단에 빨간 점으로 표시해 줍니다. 평상시에도 시계 화면을 가리는 일이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애플워치의 시작은 시계임을 여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에서는 알림 메시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화면을 밀어 올려야 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알림 메시지는 화면 하단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억지로 알림 메시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탭틱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기기에서 울리는 진동이 이처럼 부드러울 수 있다는 점은 미쳐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항상 손목에 착용하고 다닐 기기이고, 알림 메시지는 수시로 받게 될 것이기에 그 감각에 거부감이 없어야 합니다. 애플워치는 이를 충족해줍니다.
힐끔보기
애플워치는 평소 화면이 꺼져 있습니다. 하지만 팔을 들어 화면을 보면 켜집니다. 다시 팔을 내리면 화면은 꺼집니다. 이는 타 스마트워치에도 적용된 바 있는 부분인데요. 다만 기존에 사용했던 제품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던 이것이 애플워치에서는 정확하게 기능을 합니다.
사용 초기엔 화면이 잘 켜지는 불편함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사용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씩 불편함도 들어오네요. 화면이 꺼져있기 때문에 시간을 보기 위해선 무조건 팔을 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화면만 힐끔 보고선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새 애플워치의 사용 방법에 제 행동이 맞추어 가는 듯합니다.
아직은 배터리 사용 시간 때문에 화면을 평상시에 꺼 놓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종래에는 애플워치도 24시간 화면이 켜지게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앱보단 푸쉬
애플워치는 전용 앱을 별도로 지원합니다. 이미 많은 개발사에서 애플워치 앱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사실 두 달 반가량 애플워치를 쓰면서 가장 활용도가 낮은 것이 앱이었습니다. 앱 실행 속도가 느린 것도 일부 원인이긴 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작은 화면에서 앱을 쓰기엔 불편한 이유가 더 컸습니다. 그냥 아이폰을 꺼내면 편하게 앱을 쓸 수 있는 것을 애플워치를 붙잡고 씨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푸쉬, 즉 알림 메시지입니다. 애플워치에서 푸쉬의 역할은 아이폰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손가락 2개로 가려지는 애플워치 화면을 조작하는 것은 어떠한 사용자 환경이 나오더라도 편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구인 푸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푸쉬는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인터랙티브한 사용성을 구현해 줍니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애플워치는 푸쉬로 호텔까지 가는 길을 띄워줍니다. 그 밑에는 우버 버튼이 있습니다. 이를 누르면 우버가 호출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를 위해 지난 6월 WWDC에서 프로액티브(Proactive)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프로액티브는 시리, 스팟라이트, 주소록, 앱, 캘린더 등 서비스를 통합해 사용자가 요청하지 않는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데요. 프로액티브의 최종 목적지는 애플워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푸쉬를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워치용 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앱은 푸쉬의 보조 수단으로 콘텐츠를 애플워치에서 적합하게 담아내는 그릇으로 쓰이게 됩니다. 위치OS2에서는 앱 실행 속도도 한층 빨라질 테니 지금과 같은 답답함은 해소될 것입니다.
티머니라도 먼저 안될까?
2년 전 스마트워치를 처음 사용하면서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지하철 승차 결제입니다. 매번 지갑을 꺼내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는데,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로 ‘삑’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워치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원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지원되기 때문이죠. 문제는 서비스입니다. 국내는 아직 애플페이를 쓸 수 없습니다. 국내서 신용카드사와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은 들려옵니다만, 언제 서비스가 시작될지는 모릅니다.
신용카드도 좋지만, 좀 더 현실적으론 티머니라도 먼저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머니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이미 쓸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라면서 티머니 앱을 이용해 지하철 결제를 하면 됩니다. 신용카드를 연결해 놓으면 사용자가 충전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하철만이라도 애플워치로 톡 찍고 들어가고 싶습니다.
티머니는 개인적인 바람일 뿐입니다. 애플은 어느 정도 사용 환경이 꾸려지지 않으면 서비스 진행을 하지 않습니다. 국내서 애플페이가 상용화되려면 대부분의 신용카드사와 협상이 완료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속성
애플워치는 비슷한 가격대의 브랜드 시계와 비교해도 결코 모자람이 없습니다. 손목에 착용하고 있으면, 주목받기에도 충분합니다. 패션 아이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두 달 넘게 사용하면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속성입니다. 영속성은 오래도록 계속 유지되는 성질을 말합니다. 아날로그 시계는 영속성을 지닙니다. 100만 원가량의 제품도 10년 이상 쓸 수 있는 것이 시계입니다.
하지만 100만 원대의 애플워치를 구매한다면,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까요? 1년만 지나면 배터리 수명이 줄어듭니다. 2년 정도는 배터리가 버텨 주리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4~5년이 되면 하드웨어는 구형이 되어 버립니다. 시계를 표방하는 애플워치이지만, 본질은 IT 기기입니다. 결국, 5년 이상은 쓰기 어렵기에 영속성이라는 단어가 매칭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시계 차지 않았는데…
시계를 착용하지 않고 지낸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있으므로 굳이 손목시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다소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이젠 습관적으로 차고 다닙니다. 물론 가끔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데도 꼬박꼬박 잊지 않고 매일 아침 출근 때 애플워치를 챙깁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애플워치 구매 이후 기존 시계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그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10년 넘게 시계를 차지 않던 저도 지금은 잘 쓰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시계는 누구나 사지는 않습니다. 휴대전화처럼 필수 제품이 아닙니다. 그런 점은 애플워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쓰지 않겠지만, 써본 사람은 꾸준히 쓰게 되는 것이 애플워치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