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스티븐 호킹 박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질량만 사라질 뿐 정보는 그대로 남아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나간다는 내용이다. 블랙홀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이 날 한 강연에서 “블랙홀에 빠지더라도 모든 것을 잃지 않는다(All is not lost)”며 정보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뒤 사라지는 위치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스웨덴 스톡홀름 KTH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블랙홀 안에 있는 것 같더라도 포기하지 말라”며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가 블랙홀에서 반환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현대 물리학의 ‘질량 보존 법칙’에 의하면 질량이 보존되듯 모든 에너지와 정보도 보존돼야 한다.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상 입자와 입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흡수돼 붕괴해도 정보 손실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1975년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 이론을 발표하며 블랙홀이 서서히 입자를 뿜어내다 결국 증발하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도 같이 사라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과학계는 이를 ‘정보 역설(Information Paradox)’이라 명명하고 오랜 시간 논쟁을 벌여왔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2004년 이를 뒤집어 “블랙홀에 흡수된 정보는 방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에 물체가 빨려 들어갈 때 물리량 등의 정보는 블랙홀 안이 아니라 블랙홀 경계선인 ‘사건 지평선(event horizen)’에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이 물체를 빨아들이는 한계선이다. 물체가 사건 지평선 안에 있으면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호킹 박사는 물체가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고 나면 입자들이 사건 지평선에 정보 흔적을 남긴다고 주장했다. 블랙홀이 반(反)입자는 빨아들이고 입자는 방출하는 ‘호킹 복사’ 과정에서 입자와 함께 분출된다는 설명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보는 블랙홀 가장 자리에서 일종의 홀로그램 형태로 바뀌거나 다른 세상의 우주로 나가게 된다. 그는 “다만 뒤죽박죽 섞여있고 쓸모 없는 상태로 변해 ‘정보’로서의 기능은 사라진 뒤”라고 덧붙였다.
블랙홀이 충분히 크고 회전 중이라면 또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블랙홀은 생각만큼 검지도 않고, 영원한 감옥도 아니다”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체는 블랙홀 바깥이나 다른 우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