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황도연 오비고 사장 `하드씽`

[CEO와 책]황도연 오비고 사장 `하드씽`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 직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특히 유능한 직원이 가장 먼저 떠난다. 남아있는 직원조차 열심히 일을 할 것인지 확신하기 힘들다. 회사 운영자금은 곧 바닥이 드러난다. 투자자들은 경영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친다. 고객은 떠나고 조직은 흔들리고 여기에 자금압박까지, 사방의 거대한 벽이 좁혀오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이상하다. 뭔가 잘못됐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왜 회사가 생각처럼 굴러가지 않을까.’

멋지고 낭만적이었던 기업가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 CEO의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이 세상 모든 CEO가 한번쯤, 아니면 항상 겪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모바일 및 자동차 SW업체 오비고를 이끌고 있는 황도연 사장도 창업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순간도 악전고투를 겪지 않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 WAP 브라우저를 상용화하고 스마트TV 시장에서도 성과를 보였지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면서 항상 악전고투 속에 살았다. 황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위안을 주는 책으로 벤 호로위츠가 쓴 ‘하드씽(Hard Thing)’을 꼽았다.

황 사장은 “하드씽은 불황기에 거의 모든 CEO가 겪는 일상적인 악전고투 상황을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며 “책에서 인용된 저자 경험이 최근 내가 겪고 있는 실제 상황과 너무 흡사해 주인공에 빙의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벤 호로위츠는 넷스케이프를 공동 창업해 20여년 간 벤처기업이 겪는 애로를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다. 현재는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CEO를 위해 하드씽을 펴냈다. 창업에서 조직 관리 및 확장, 매각, 투자 등에 이르는 풍부한 경험에서 체특한 통찰과 교훈은 하드씽을 아마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경영서 후보에 올려놓았다.

황 사장은 “내가 CEO로서 자격이 있는 지 의심하게 하고 버겁지만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악전고투 상황은 나를 자기혐오 상황에 빠지게 한다”며 “하드씽은 어려운 시기에 처한 나에게 터널에서 빛을 비추듯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보약같은 책”이라고 강조했다.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혼자만 고민하거나 짐을 지지 말고, 그 고민을 솔직하게 직원과 함께 공유하는 것과 최대한 오래 버티라는 것이다. 또 역경은 위대해 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CEO다. 모든 의견을 듣고 결정한 후에는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로 하드씽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황 사장은 “오랜 경험을 갖춘 능숙한 CEO는 물론이고 이제 막 회사를 시작한 스타트업 CEO도 모두 매일 끊임없이 발생하는 하드씽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 책을 통해 그 상황을 어떻게 껴안고 즐기면서 CEO 책무를 다할 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