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옴, 독자 개발한 신구조 SiC MOSFET으로 자동차 시장 정조준

일본 반도체 기업 로옴이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사용한 금속산화물반도체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구조를 입체적으로 바꿔 모듈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이고 전력 손실을 77% 감소시킨 신제품을 공급한다. 대전력이 필요한 발전소나 자동차 분야에서 SiC MOSFET 채택이 늘어나는 기폭제 역할을 할지 눈길을 끈다.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대표 권오주)는 27일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도랑 형태 트렌치(Trench) 구조를 적용한 SiC MOSFET ‘BSM180D12P3C007’을 4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권오주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 대표
권오주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 대표

로옴은 새로운 트렌치 구조 설계를 적용하기 위해 약 7년간 연구개발했다.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싱글 트렌치 구조를 적용한 SiC MOSFET을 개발했고, 이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트렌치 설계를 이중으로 적용한 SiC MOSFET 양산을 앞뒀다.

MOSFET은 반도체 스위칭 소자로서 발전소에서 생성한 전기를 변전소를 거쳐 가정으로 공급할 때 전압을 적절하게 낮추고 높일 때 사용하는 전력반도체다. 실리콘(Si)이 주 소재이나 발열을 낮추고 전력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차세대 소재인 SiC가 조금씩 기존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로옴, 독자 개발한 신구조 SiC MOSFET으로 자동차 시장 정조준

로옴이 독자 개발한 더블 트렌치 구조는 소스와 드레인 사이 게이트 구조를 바꿔 거리를 축소한 게 핵심이다. 가로 형태 게이트를 세로로 구성하면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저항은 줄고 전류치는 높아진다.

게이트 부분에 트렌치 구조를 적용한 것은 물론이고 소스 부분에도 트렌치 구조를 적용해 특정 영역에 전계가 집중되는 것을 완화했다. 기존 싱글 트렌치 구조에서 해결하지 못한 장기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게 돼 양산까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트렌치 구조 SiC MOSFET은 기존 평면(플래너) 제품과 비교해 온(On) 저항은 50%, 입력 용량은 35% 줄었다. 셀 밀도가 높아져 같은 온 저항 디바이스를 더 작은 칩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칩 크기가 작아지다보니 전원을 끄고 켤 때 발생하는 스위칭 손실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SiC MOSFET을 사용한 풀 SiC 모듈은 정격전압 1200볼트(V), 정격전류 180암페어(A)를 지원한다.

로옴은 이번 신제품이 기존 Si 시장을 대체하고 자동차와 발전소 등 산업용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부품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봤다.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후발주자지만 인피니언 등 선두 경쟁사를 바짝 추격할 새로운 동력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권오주 로옴세미컨덕터코리아 대표는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사에 SiC MOSFET을 알리고 협력을 모색 중”이라며 “로옴이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후발주자이지만 오랫동안 공들인 이번 신기술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로옴은 향후 1700V, 600A를 지원하는 풀 SiC 파워모듈을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나카무라 다카시 로옴 디스크리트모듈 담당 부장은 “본사에서 SiC MOSFET 6500V, SiC IGBT(절연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 1만V급 제품도 개발 중”이라며 “SiC가 기존 실리콘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어 다양한 대전력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