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한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한 ‘카드’를 사실상 다 꺼낸 만큼 지속적인 재정지출 확대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주재로 열린 당정 회의에서 “지난 추경으로 형성된 경기 회복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려 한다”며 “반복적 세입결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성장률, 세수를 현실에 가깝게 보수적으로 전망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은 청년 일자리 확충, 맞춤형 복지사업, 대북 전력 증강 등에 주로 배정될 전망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심의 청년 일자리 사업, 세대간 상생 고용을 지원하는 ‘고용 디딤돌’ 사업, 임금피크제 확대, 문화창조융합벨트 중심 문화콘텐츠 사업 등에 예산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내년 예산은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경제를 재도약 시키며 서민 생활을 든든히 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 저소득층 소득 기반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보육·주거·의료 서비스로 서민·중산층 복지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375조원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불안한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출을 늘린 것은 조기에 경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하기로 한 것은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판단과, 더 이상 새롭게 내놓을 굵직한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수시로 경기부양 대책을 내놨다. 4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 6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8월 ‘최근 소비동향과 대응방안’과 ‘공산품 대안수입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22조원 추경을 투입했고, 지난 14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소비 확대를 유도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월 1.75%로 낮춘데 이어 6월 역대 최저수준인 1.50%로 재차 하향조정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양쪽에서 사용 가능한 최대치까지 활용했다는 평가다.
최근 발표한 ‘최근 소비동향과 대응방안’과 ‘공산품 대안수입 활성화 방안’에서 정부의 절박함이 나타난다. 소비 활성화 대안에 포함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는 막판까지 대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 소비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 한 개소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안수입 방안에 포함한 해외직구 활성화도 ‘고육책’이라는 평가다. 국내 소비를 늘리자고 하면서 해외직구를 활성화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해외직구 활성화가 전반적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추경이 집행되고 정부 정책이 본격화 하는 하반기가 경제 성장과 정체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 기대만큼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내년 확장적 예산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이미 경기부양 카드를 대부분 쓴 만큼 하반기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내년 상반기에도 경기는 저성장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