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KDB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뀐지 15년 만이다. 10월 매각공고를 낸 뒤 연말 또는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정이 발표되면서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에서 매각 방침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매각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KB금융지주가 첫손에 꼽힌다. 한국금융지주와 교보생명도 물망에 오른 상황이고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을 보유한 시틱그룹과 안방보험그룹 등 중화권 자본도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우증권 노조가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여기에 사모펀드까지 가세하면 판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올해 상반기 자본총계가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 증권사다. 산업은행이 가진 지분은 1억4048만1383주다. 인수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2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선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입찰 참가사가 늘어난다면 3조원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변의 시각이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KB금융지주는 이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농협금융지주에 밀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꼭 인수한다는 배수진을 칠 전망이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후 자회사인 LIG투자증권을 매물로 내놓고 대우증권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은행 대 비은행 수익모델 비중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가장 이상적인 수익 포트폴리오를 갖춘 신한금융지주가 6대4라는 안정적 흐름이라면 KB금융은 대우증권을 인수해야만 이 비율이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해 신한금융을 제치고 금융 1위 기업으로 재도약을 노린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인수가격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때도 낮은 가격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던 KB가 이번에도 적정 인수가를 써내지 않는다면 탈락할 수 있다. 아직 출전을 밝히지 않은 사모펀드와 숨겨진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면 인수가는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보유한 한국금융지주도 물밑 움직임이 감지된다. “시장 매물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검토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은행권에 버금가는 금융지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유자금도 충분한 편이라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
중국계 자본인 시틱그룹은 중신증권이라는 최대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이다. 삼성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로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을 찾았을 때 그룹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져 국내에 알려졌다.
시틱그룹은 자본력은 충분한 편이지만 대우증권 인수전에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참여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삼성증권 등과 제휴관계로 머뭇거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해외 매각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중국 등 해외 자본 참여 길은 열려있다.
하지만 대우증권 매각의 최대 수혜자는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투입자금 대비 최소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배당수익과 주식평가차액이 8000억원선이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1조원은 충분히 넘는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