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다. 에볼라 주요 발병국에서 환자가 급격히 줄고 각종 백신 개발도 순조롭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연내 에볼라 사태 종식이 가능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에볼라 사태가 끝나더라도 상처까지 치유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만명이 감염되고 이 중 1만1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 중 상당수는 여전히 각종 질환과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각국과 WHO 등은 에볼라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 방안 강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마무리 되는 에볼라 사태
에볼라 주요 발병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 지난 24일 마지막 환자가 퇴원했다. WHO 기준에 따라 앞으로 42일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시에라리온은 ‘에볼라 없는 국가’가 된다. 마지막 환자 퇴원을 두고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에볼라 종말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에볼라 없는 국가가 됐다고 해서 에볼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 다른 주요 발병국 중 하나였던 라이베리아는 지난 5월에 에볼라 없는 국가가 됐다가 한 달 뒤 6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에볼라가 창궐했을 때와 비교하면 환자 발생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이다.
WHO는 지금까지 2만8000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1만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계 이상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볼라 사망자를 암매장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규 환자 발생이 줄어들면서 WHO도 에볼라 종식 가능성을 언급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현재 에볼라 대응체계를 유지하면 올해 말이면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퇴치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프리카 지역의 보건 의식이 낮아 완전한 종식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환자가 발생해도 정부나 기관에 보고하지 않으며 사망한 경우도 암매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확산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에볼라 사태 교훈 삼아 대책 마련 부심
1만명 이상 에볼라에 감염됐다 치료됐지만, 일부 생존자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WHO는 에볼라 생존자 수천명이 안구염증과 관절통증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에볼라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3국의 생존자가 1만3000명인데, 이 중 절반가량에서 관절통증이 보고됐다. 일부 환자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수개월간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안구질환이다. 시력 감퇴 등 안구질환을 겪는 사람이 25%나 되는데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볼라에서 회복돼 혈액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눈으로 침투한 바이러스가 수개월씩 잠복해 있고 이로 인해 염증이 나타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볼라 후유증이 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의료진도 통증 경감과 염증 치료 등 대증요법으로 대응하는데 그친다. 신규 환자 발생은 줄었지만 생존자들에 대한 후속 치료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그마나 다행인 점은 에볼라 사태를 겪으며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에 나섰고 임상실험까지 거친 백신이 속속 개발된다는 점이다.
WHO에 따르면 캐나다 보건당국이 개발한 에볼라 백신 ‘VSV-ZEBOV’를 아프리카에서 임상실험한 결과 100% 예방효과가 나타났다. 76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볼라 예방접종에서 100% 예방효과가 나타났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와 접촉한 4123명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한 결과 전원이 에볼라에 감염되지 않았다. 잠재적 노출 3주 뒤 백신을 접종받은 3528명 중 16명이 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였지만 이들도 접종 6일 뒤 증세가 사라졌다. 아직 특별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세계가 효과적인 에볼라 백신에 더 가까워졌다”며 “임상실험 결과는 획기적 발전이고 백신은 현재와 향후 에볼라 발병 대응에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WHO 차원에서 글로벌 보건 대응을 강화하는 노력도 추진된다.
WHO는 글로벌 보건과 관련한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볼라 확산 방지와 관련해 세계 각국이 국제보건규칙(IHR)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던 이유를 점검하고 각국의 전염병 대응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을 맡은 디디에르 후신은 에볼라가 확산된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10여년 전 194개국이 합의한 IHR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보건 인프라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위원회를 중심으로 에볼라와 같은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각국이 IHR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강한 징벌 시스템 도입을 연구할 예정이다. 무기나 핵 개발과 관련한 국제사찰과 제재처럼 보건 분야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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