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재난방송 수난시대

김경선 지상파DMB 한국DMB-QBS 대표
김경선 지상파DMB 한국DMB-QBS 대표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대립 사태는 한반도 안보와 안전 중요성을 일깨웠다. 국민은 ‘48시간 내 군사 행동’이라는 북한 위협에도 차분히 정부 발표를 주시했다. ‘비상사태 발생 시 국민 행동 요령’ 등 재난안전수칙을 꼼꼼히 점검하기도 했다. 재해, 재난, 민방위 사태 등 비상 상황에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살펴볼 수 있었던 계기였다.

지난 2011년 일본을 강타한 강진과 쓰나미는 전력 공급망을 끊으며 도시 전체를 암흑지대로 만들었다. 대규모 정전으로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일본 DMB 서비스 ‘원세그’는 미디어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재난방송을 송출하며 인명 구조 활동에 공헌했다. 산악 고지대에 위치한 중계소, 무정전 전원장치(UPS), 무선 전파 방식 등을 기반으로 끊김 없는 지상파 방송을 송출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건축물 지하 시설에 DMB와 FM라디오 수신기·중계기를 의무 설치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DMB와 FM라디오가 재난방송 관련 국가 기간 매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신설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0조 2항은 도로, 터널, 지하공간 등에서 각 시설 주체가 DMB와 FM라디오로 재난방송을 원활히 수신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도록 규정했다. 필요하다면 정부 예산을 활용하도록 명시했다. 해당 조항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가 재난방송 관련 법제·고시를 마련하면서 DMB와 FM라디오 수신 장애 지역이 점차 없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3G, 롱텀에벌루션(LTE) 통신망을 이용한 영상 서비스를 거론하며 DMB 무용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유료로 제공되는 고품질 서비스와 무료 보편 공공 서비스를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재난방송은 단순히 품질에 관한 호불호 차원에서 논할 사항이 아니다. 빈부에 관계없이 정보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DMB 무용론에 따르면 유료 데이터 영상 서비스에 가입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국민은 모바일로 재난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전쟁, 재해, 재난 등 비상사태 시 정전이 발생하면 재난방송을 접할 채널이 없는 셈이다. 국민 안녕에 관한 가장 기본적 안정 장치까지 배제하자는 위험한 사고다.

DMB, FM라디오 등 국가 기간 공공 방송 인프라는 취사선택 대상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동등하게 제공받고 보편적으로 혜택을 나눌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해 DMB와 FM라디오 수신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는 이유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상파 모바일 재난방송은 현재 수난을 겪고 있다. 이동통신망 이외에 유일하게 재난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 수신 단말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DMB 안테나를 탑재하지 않은 국산 스마트폰 제품군이 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신호인 것은 물론이고 현재 국가 재원으로 확충하고 있는 국민 공공 인프라를 무용화할 가능성이 높다.

긴급재난문자(CBS)조차 귀찮고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일본 쓰나미, 세월호 참사, 남북한 대치 상황이 우리에게 알려 준 교훈은 명백하다. 안전은 안전할 때 미리 대비해야 한다.

김경선 지상파DMB 한국DMB-QBS 대표 kskim@qbs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