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은 친일파 처단 소재와 함께 현장감 넘치는 액션으로 관객 호평을 받았다. 폭발, 총격, 추격 등 속도감 넘치는 장면에서는 관객이 눈을 감고도 배우의 방향과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입체음향을 적용했다. 직원 9명 벤처기업 ‘소닉티어’가 독자개발한 15.1채널 코덱으로 구사한 입체음향이다. 광해, 설국열차, 국제시장, 연평해전에서 암살까지 우리 영화 히트작 30여편 음향에 소닉티어 기술이 쓰였다.
30일 박승민 소닉티어 대표는 “200석 규모에 대응할 수 있는 15.1채널에 이어 400석 대응이 가능한 31.1채널도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고 소개했다.
스피커 15대를 스크린 뒤에 여러 층으로 배열한 ‘전면 다중 레이어’가 핵심이다. 화면 속 대상의 높낮이 변화를 음향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소닉티어 독자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르면 4분기 관객과 만난다.
15.1채널은 물론이고 31.1채널 녹음 및 믹싱 기술력도 갖췄다. 서울 동대문, 용인 에버랜드 등에 마련된 K팝 홀로그램 공연장 ‘클라이브’에서 흘러나오는 ‘강남스타일’ ‘내가 제일 잘나가’ 등 인기 음원은 소닉티어의 15.1채널 믹싱이 적용됐다.
작업은 소닉티어가 직접 경기 파주시 사업장에 마련한 시설에서 이뤄졌다. 아시아 유일 15.1채널 스튜디오와 청음시설 등을 갖췄다. 1998년부터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에서 음향 마스터링을 맡은 브라이언 베사가 내한해 이곳에서 머니볼, 언더월드 등 기존 소니 영화의 15.1채널 리마스터링을 검증하기도 했다.
박승민 대표는 소닉티어를 “2011년 4월 설립 이전부터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캐나다, 인도, 호주 등에 60여개 특허를 출원하며 실력을 쌓은 ‘기술기업’”이라고 소개했다. “5년차 작은 규모지만 회사가 꼽는 입체음향 기술 경쟁사는 50년 역사의 글로벌 대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불공정 거래로 시정명령을 받은 돌비 ‘AC-3’ 오디오 코덱의 국산 대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산 영상·음향(AV) 기기와 스마트폰 등에 자사 기술을 입히는 게 목표다. 돌비 기술과 비교해 손색 없는 순수 국산기술로 한 해 돌비에 지급하는 1억9000만달러 로열티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음향 솔루션 국산화가 소닉티어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영화 음향사업은 이를 위한 검증과정이다. 벤처기업으로 홍보 여력이 부족했지만 일찍이 기술을 눈여겨본 CJ E&M과 CJ CGV가 소닉티어에 손을 내밀었다. 2012년 개관한 CGV IFC점에 ‘사운드X믹스’라는 이름으로 입체음향 솔루션을 적용하고 ‘광해’가 그해 개봉하며 빛을 봤다. 소닉티어 스크린은 연말 20개관으로 늘어난다. 돌비 애트모스는 현재 28개관이다.
박 대표는 “우리 영화업계가 국산 기술을 알아보고 인정해준 덕에 기술과 회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소닉티어와 미국 돌비, 벨기에 오로테크가 경쟁 중인 영화음향 시장에서 30여편의 국산 영화로 검증받은 경험을 발판 삼아 하반기를 기점으로 중국과 인도 등 세계시장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파주=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