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자제품 재활용률이 약 30%로 드러났다.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번 조사는 UN 범죄 및 사법연구소와 인터폴 등이 시행했다.
유럽에서 나오는 전자제품 폐기물 3개 중 1개만이 적법한 방식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31일 보도했다. 불법 거래되거나 그냥 버려지는 전자제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은 소속 국가가 금과 은을 재활용하고, 납이나 수은 등 독성 물질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전자 폐기물 재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자체 기금을 조성해 전자제품 폐기물을 재활용하자는 프로젝트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와 전자폐기물 불법 무역에 관한 프로젝트 ‘CWIT’를 수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에선 지난 2012년 공식 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에 전체 전자제품 폐기물의 단 35%만이 들어왔다. 총 950만톤 중 330만톤이다. 당초 목표치는 85%에 훨씬 못 미친다. 나머지는 전자제품 중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만 잘라내 버려야 하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지거나 적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모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에 루마니아, 스페인, 키프로스는 재활용률이 20% 아래에 불과해 하위권이다.
폐기된 전자제품 130만톤은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고 EU에서 수출됐다. 이 중 40만톤인 30%가량은 전자제품 폐기물로, 나머지는 실제로 작동하는 기기 형태로 추정된다. 유럽 내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거나 부당하게 관리되는 전자폐기물은 총 470만톤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후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지역으로 불법 밀수출된 것으로 관측됐다.
UN대학에서 프로젝트에 과학 코디네이터로 참여 중인 자코 후이즈만은 “대다수 불법 전자폐기물은 바로 아프리카로 가기보다는 일단 EU 내에서 머무른다”며 “유럽 내에서 도난되는 전자폐기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자폐기물 속 부품에 상당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깨진 냉장고에선 압축기 안에 있는 구리를 얻을 수 있다. 도둑이 압축기만 찢어내고 냉장고를 다시 버리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사라지게 된다. 회로보드(circuit board)나 귀금속 소재도 마찬가지다.
이는 유럽 내 자원 부족으로 이어진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로 인해 잃은 연간 추정 손실액은 8억~17억유로에 달했다. EU 규정을 준수하면서 발생한 회피비용(Avoided costs)은 연간 1억5000만~6억유로 정도다.
전자폐기물 불법 밀수출 제재도 미비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민사 처벌, 선고, 행정 벌금 형태로 수출 중단된 사례는 1년간 평균 불과 2000톤에 불과했다. WEEE는 강력한 제재로써 이를 단속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전체 EU국가 중 30%가량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 CWIT 측에선 전자폐기물 불법 밀수출이 사기, 탈세, 돈세탁 등 금융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는 각국 경찰 간 협력과 소비자 재활용 교육, 고철 무역 현금거래 금지 등이 권고됐다. 데이비드 히긴스 인터폴 산하 환경보안 총괄 담당자는 “법을 집행하는 당국이 더 강한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불법 전자 폐기물 조사 전문성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